‘좋은 콜레스테롤’ 높여 동맥경화증 치료

 

LXR 단백질로 좋은 콜레스테롤(HDL 콜레스테롤) 높여 혈관 속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 간으로 돌려보내
치료효과, 부작용 모두 지닌 LXR 단백질에서 부작용만 억제 성공… 세계 의학계 주목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약리학교실 김승환 교수, “신약 개발에 광범위한 응용 기대”

 

 

최근 서구식 식생활 등으로 인해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죽상동맥경화증(이하 동맥경화증)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동맥경화증은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이 동맥 안에 쌓이면서 혈관이 좁아지는 질환으로, 방치하면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껏 LDL 콜레스테롤 자체를 낮추는 방법으로 치료해왔지만 근육독성 등 부작용이 잇따라 보고돼 새로운 치료방법이 요구되어 왔습니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약리학교실 김승환 교수팀이 최근 HDL 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LXR 단백질로 동맥경화증을 치료하는 대안을 제시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LXR 단백질은 간을 비롯한 여러 조직에서 콜레스테롤 대사를 조절하는 전사인자입니다.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치료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성화되면 중성지방 합성이 늘어나 지방간을 일으키는 부작용 탓에 신약 개발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김승환 교수는 LXR 단백질의 치료효과는 살리고, 부작용만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연구과정에서 LXR 단백질의 중성지방 합성 경로에 관여하는 TRAP80 단백질을 최초로 규명하였으며, 이 TRAP80 단백질을 제어함으로써 LXR 단백질의 부작용 경로만 선택적으로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김 교수팀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실험쥐를 두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꼬리정맥주사를 이용해 한 그룹에는 TRAP80 단백질 억제 바이러스를 1 X 1011만큼 투여한 후, LXR 단백질 활성제 50㎎/kg을 투여한 반면, 다른 그룹에는 LXR 단백질 활성제 50㎎/kg만 투여했습니다.

 

1주 후 관찰한 결과 LXR 단백질만 활성화시킨 그룹에서는 HDL 콜레스테롤 증가와 더불어 간 조직 중성지방 3배 증가, 혈중 중성지방 2배 증가 등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LXR 단백질 활성화에 앞서 TRAP80 단백질을 억제한 그룹에서는 중성지방이 증가하는 부작용 없이 HDL 콜레스테롤이 66mg/dL에서 92mg/dL로 40% 이상 늘어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 기술이 임상에 성공적으로 적용되면 HDL 콜레스테롤을 높임으로써 LDL 콜레스테롤을 혈관에서 떼어내 간으로 돌려보내는 새로운 치료방법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또한 이 기술은 신약개발에 광범위하게 응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껏 신약 개발에 한계가 있던 많은 치료물질들이 이 기술로 재조명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김승환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약리학교실 교수는 “이번 연구의 주된 성과는 치료효과와 부작용을 동시에 지니는 단일 물질의 두 가지 대사경로를 분리해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로만 선택적으로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동맥경화증 외에도 지방간 등 다양한 질환의 신약 개발에 이 기술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중개연구센터 지원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신약타겟 발굴ㆍ검증사업으로부터 지원받아 진행됐습니다.

 

인용지수 13.765의 의학 전문 학회지 ‘임상연구저널(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으며, 내년 1월 인쇄본으로도 출판돼 주목할 만한 연구를 소개하는 ‘JCI Impact’에 별도로 연구 내용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죽상동맥경화증 (Atherosclerosis)
죽상동맥경화증은 동맥 내막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내피세포가 증식, 혈관이 좁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방치 시 혈액순환에 문제를 일으켜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건보공단 발표에 따르면 국내 죽상동맥경화증 발병률이 최근 5년간 매년 평균 9.2%씩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 HDL 콜레스테롤 (High Density Lipoprotein cholesterol)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을 만드는 기능이 있어 동물들이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분자이다. 크게 LDL 콜레스테롤과 HDL 콜레스테롤로 나뉘는데, LDL 콜레스테롤은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혈관에 쌓여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발해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며, HDL 콜레스테롤은 LDL 콜레스테롤을 혈관에서 떼어내 간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해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린다.

 

※ LXR 단백질 (Liver X Recepter)
LXR 단백질은 간을 비롯한 여러 조직에서 콜레스테롤 대사를 조절하는 전사인자다.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고콜레스테롤혈증 및 동맥경화를 치료할 수 있는 신약개발 표적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활성이 높아질 경우 중성지방의 합성도 동시에 증가해 지방간 및 고중성지방혈증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한계로 지적되어 왔다.

 

※ TRAP80 단백질 (Thyroid hormone Recepter-Associated Protein 80)
TRAP80 단백질은 전사인자의 활성을 조절하는 전사조인자복합체의 구성 성분으로 보고되었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생체 내 기능이 연구되어 있지 못한 단백질이다. 본 연구에서는 LXR 단백질의 부작용 경로를 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