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포커스
서울아산병원에 배달된 베트남 산모의 편지 한 통 | 등록일: 2012.05.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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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땅에서 결혼이민자로 살아온 베트남 산모가 쌍태아 수혈 증후군으로 태아를 모두 잃어버릴 상황이었는데, 서울아산병원의 도움으로 건강한 남자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2012년 2월 9일 일란성 쌍둥이를 임신하고 있던 황티투튀(여/26세)씨는 집 근처의 산부인과에서 쌍태아(쌍둥이) 수혈증후군이라는 이름도 낯선 질환으로 뱃속의 아기들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황티투튀씨의 남편 이종선(남/47세)씨는 “부인이 아들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일 기쁨에 차 있었다. 첫 아이를 별일 없이 순산했던 터라 이번에도 쌍둥이지만 아무 일 없이 순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장 치료를 받지 않으면 두 아이를 모두 잃을 확률이 80% 이상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담당의사는 태아내시경을 이용한 레이저치료를 할 수 있는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원혜성 교수에게 황티투튀씨의 치료를 의뢰했고, 산모는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하지만, 매일 파지를 모아 판 돈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이씨의 형편으로는 치료비를 감당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선뜻 치료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알게 된 원혜성 교수는 이씨의 사정을 고려해 태아 레이저치료비와 출산까지 치료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하였습니다. 임신 24주째인 황티투튀씨는 2월 10일 바로 입원을 해서 태아내시경을 이용해 레이저치료 시술을 받았고 시술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초음파 검사 결과 두 명의 태아 중 한 태아는 건강했지만 다른 한명의 심장이 뛰지 않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황티투튀씨는 “쌍태아 수혈 증후군으로 두 아이 모두 잃을 확률이 80%가 넘고, 치료시기를 놓쳐 태아 두 명이 모두 위험한 상황에서 태아 한 명만 구사일생으로 건강하게 자라는 것만으로도 너무 다행이었다”고 소회를 밝히며 남은 한 아이라도 무사히 분만할 수 있기만을 바랬습니다. 2월 14일 시술 후 3일 만에 퇴원을 한 후 황티투튀씨는 계속해서 정기적인 진료를 받으며 원혜성 교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자필 편지로 적어 보내 왔습니다.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이씨를 만나 2008년 1월에 결혼해 지금까지 한국에서 생활해 온 황티투튀씨는 그동안 쌓아온 한국어 실력을 총 동원하였습니다. 편지를 통해 황티투튀씨는 “처음 뱃속에 아이들이 위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 무서웠지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습니다. 더불어 남은 태아가 건강하게 자라서 출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임신 35주째인 지난 4월 26일이 되자 분만이 시작되었고 밤 11시 13분 2.2kg의 건강한 사내아이가 탄생하였습니다. 아이는 아주 건강한 상태로 별다른 문제없이 신생아실로 옮겨졌고, 몇일 후 황티투튀씨와 아기는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원혜성 소장(산부인과 교수)은 “쌍태아 수혈증후군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태아내시경을 이용한 레이저치료가 서울아산병원에 도입된 후 첫 분만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었다.”며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부모에게 작지만 도움을 주어 아기와 산모 모두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 일란성 쌍태아의 약 10~15%에서 나타나는 합병증으로 태반 내에서 상호 연결된 혈관을 통해 한쪽 태아에서 다른 쪽 태아로 혈액이 공급돼 한쪽 태아는 혈류 저하로 저성장과 양수과소증을, 다른 쪽 태아는 혈류 과다로 양수과다증과 심부전을 보이는 질환이다. 치료하지 않을 경우 한 태아 또는 두 태아 모두 사망할 확률이 80~90%인 매우 위험한 질환이다. 기존 치료는 양수과다증상을 보이는 태아 쪽의 양수를 반복적으로 제거해서 산모의 증상과 태아 상태를 일시적으로 호전시키고 조기 진통을 예방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이는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었다. 태아내시경을 이용한 레이저 치료법은 양쪽 태아를 연결하고 있는 혈관들을 없애기 위해 자궁 안에 태아내시경을 삽입하고 레이저로 혈관사이에 흐르는 혈액을 응고시켜 태아간의 혈류 연결을 차단해 두 태아 모두 살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