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서관 6층에 위치한 소아과 병동. 이곳에서는 하루하루 소리 없는 전쟁이 치러진다.
건강을 되찾아 밝게 웃을 수 있는 내일을 위해 오늘도 병마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놀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들이지만 병실의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서 바깥 세상을 볼 수밖에
없다. 답답한 병원 안에서만 지내는 이 아이들이 꿈꾸는 것은 무엇일까?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을 걸어 나가는
것은 모두 똑같을 것이다. 힘든 투병 생활을 희망으로 이겨나가고 있는 아이들, 이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이정찬 - 놀이동산에 놀러가서 범퍼카를 탈 거예요
초등학교 5학년인 정찬이. 어린 나이에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다. 신부전으로 신장이식 수술을 받고,
얼마 전 장 수술도 받았다. 정찬이가 아팠던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한창 뛰어 놀 나이에 정찬이는
병원을 자주 드나들었다. 맘껏 뛰놀고 싶지만 심한 운동은 할 수 없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 때문에 체육
시간에도 혼자 남아서 친구들이 뛰어 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젠 병원이 무섭거나 싫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병을 빨리 나을 수 있게 해 주는 의사 선생님, 간호사
누나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치료할 때 코에 호스를 꽂는 것만은 여전히 싫다. 이번 수술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아 병실도 혼자 쓰는 곳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전엔 다른 친구들과 같이 있어 그래도 덜 외로웠는데….
병원에서 심심할 때면 만화책도 빌려 보고, 게임도 하고, 또 산책도 한다.
항상 곁에서 돌보아 주시는 엄마를 보면 미안한 마음이다. 빨리 건강을 되찾아서 좋아하는 운동도 하고,
또 놀이동산에도 놀러가서 범퍼카를 맘껏 타보는 게 소원이다. 공부도 열심히 해서 훌륭한 과학자가 될
것이다. 정찬이의 작은 소망이 있다면 빨리 건강해져서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는 것과 아픈 아이들이 없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은 것이다.
우아영 - 동생 희민이랑 맘껏 놀래요
뇌종양으로 치료 중인 여섯 살 아영이. 항암 치료로 머리카락이 다 빠져 빡빡이가 되었지만, 언제나 웃는
얼굴에 사교성이 좋아서 간호사 언니들의 예쁨을 한몸에 받고 있다. 아영이가 좋아하는 건 그림 그리기,
종이 접기, 그리고 인형 놀이. 어린이집에 함께 다니던 친구들이 보고 싶을 때면 스케치북을 펼치고 그림을
그린다. 그림 속에서는 언제나 상상하던 모든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영이는 그림 그리는 것이 좋다.
아영이의 그림 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해, 구름, 그리고 요즘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바다도
많이 등장한다. 아영이의 꿈은 유치원 선생님과 화가. 그리고 병원 생활을 하면서 의사 선생님도 되고
싶어졌다. 의사 선생님이 되어서 아픈 사람들을 건강하게 고쳐주고 싶기 때문이다.
요즘엔 항암 치료 때문에 병원을 자주 찾게 되었다. 병동 밖을 벗어날 수 없기에 답답하지만 그래도
놀이방에서 컴퓨터 게임도 하고, 새로 사귄 친구들과 인형 놀이도 같이 하면서 즐겁게 지내려고 한다.
하지만 아영이를 속상하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동생 희민이를 자주 볼 수 없다는 것. 소아암 병동이기
때문에 희민이는 아영이의 병실에 올 수가 없다. 가끔 찾아와도 1층에서 잠깐 볼 수 있을 뿐이다.
건강해져서 빨리 퇴원하게 되면 그동안 같이 놀아주지 못한 희민이랑 맘껏 놀고 싶은 게 아영이의
작은 소망이다.
글쓴이 방은경은 아산재단 편집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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