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세상 평화의 태권 V , 이라크 바그다드로 조은수


‘몸’을 던지다
이라크인들의 정치적 해방(?)을 위해 어떤 이들은 그 땅에 ‘불’을 던졌다. 이라크인들의 고통으로부터, 상처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어떤 이들은 그 땅에 ‘몸’을 던진다. 충청대 스포츠외교과의 오노균 교수를 단장으로 하는 ‘평화자원봉사단’이 바로 그들이다.
1998년 창단된 세계 태권도 문화 사절단은 한국의 대학생들을 세계의 민간 외교 지도자로 키우기 위해 시작되었다. 고려의 장군 서희가 말 한마디로 담판을 지었다면, 이들은 한국 전통 무예인 태권도로 담판을 짓는다. 정치, 경제, 문화 그 모든 것이 스포츠로 수렴되고 있는 지구촌에서 태권도를 통해서 문화적 이질성을 극복하고, 세계에 한국을 효과적으로 알린다. 언어가 다르더라도, 피부색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더라도 움직임 그 자체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오노균 교수는 수년의 경험을 통해 확신했다.
이미지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태권도 평화자원봉사단은 우리 나라의 홍보 외교대사이자 사랑의 전령인 것이다. 섭씨 40도를 상회하는 찌는 날씨 때문에 이라크에서부터 더위가 가시면 들어오라는 허가를 받은 그는 더 일찍 들어가 더 많이 돕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각오
태권도 평화자원봉사단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은 바로 한국의 얼굴이다. 단원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명감과 애국심이라고 가르치는 오노균 교수의 스포츠외교 철학은 그들로 하여금 문화와 언어가 다르고 외로운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한국을 알리고 봉사하는 지도자가 되게끔 한다.
“그곳이 내 무덤이라 생각하고 떠나라.”
좀 삭막한 말이라 생각될지 모르지만 오노균 교수가 그의 학생들이 떠날 때 해주는 단호한 한마디라고 한다. 많은 잔소리가 필요 없다.
“그런 마음가짐이 아니면 타향살이를 견뎌내지 못합니다.”
너털웃음, 입담 좋고 정 많아 보이던 그가 이 점에 있어서는 한치의 물러섬도 없다.

멋지다. 한국의 태권 청년들
그들은 6월 중순경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의 사담시티로 들어갈 예정이다. 사담시티는 뉴욕의 할렘가보다 못한 환경이며 악취가 심하고 청결하지 못한 곳인데, 그곳에서 보건, 위생, 소독 등을 통해 이라크인들의 기본적인 복지를 위해 일할 계획이다.
이 임무가 끝나면 바그다그에서 북쪽으로 150킬로미터 떨어진 사마라 시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태권도 지도, 컴퓨터 지도, 시가지 청소, 새마을 가꾸기 교육 등의 활동을 펼칠 것이다. 또한 9월경에는 20명으로 구성된 충청대 태권도 시범단을 파견하여 현지에 파견된 한국군의 사기증진을 위한 문화 외교행사를 펼치고 현지 언론과 함께 한국의 문화사업을 홍보할 예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태권도를 통한 이들의 봉사는 직접적이면서도, 간접적이고, 단기적이면서도, 장기적이다. 이들은 이라크 사람들의 실질적인 필요를 외면하지 않는다. 동시에 태권도 시범과 교육을 통하여 한국에서 이라크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희망을 잃어가는 이라크 사람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줄 것이다.
현대판 태권V가 날아간다. 세계 무대에서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실의에 빠져 있는 이라크 사람들 곁으로. 가서 다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손을 잡아 줄 이웃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줄 것이다. 멋지다. 자랑스럽다. 한국의 태권 청년들.

글쓴이 조은수는 아산장학생으로, 현재 본지 학생기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