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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둣돌 |
참새를 쫓는 법 |
안도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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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 때마다 들녁에는 고개 숙인 벼들이 우런 물결을 이루며 넘실거렸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 해 가을은 참세떼가 유반히 극성을 부리는 것이었다.
허수아비를 세우고, 촘촘하게 새 그물을 치고 하루종일 새 쫓는 총을 뻥뻥 쏘아대 보았지만 귓속만
얼얼할 뿐이었다.
사람들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때 누군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먼도시에 살고 있는데, 이 마을에 잠시
놀러 온 사람이었다.
"저놈의 참새들을 쫓는 길이 없는건 아니죠. 저 들녘에 서 있는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 버리는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것은 전혀 상상도 해 보지 않은 일어었다.
"새로 태어난 참새 새끼들은 큰 미루나무나 대숲 같은 데서 수백, 수천 마리씩 떼지어 잠을 잡니다.
일 년 농사를 망치는게 그들의 소행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들로부터 잠자리를빼앗아 버리면
모든게 해결이 됩니다. 틀림없습니다." 도시에서 달동네철거반원으로 돈을 꽤 모았다는 그의 이력이
잠시 번뜩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그의 말이 꽤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 이튿날부터 대대적인 벌목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마을사람들은 전기톱을 빌려와 들녘의 미루나무 수십 그루를 베어냈다.
돌담 옆에 서있던 감나무며 밤나무, 대추나무, 살구나무도 집집마다 베어 냈다.
연세많은 어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을을 지켜준다는 아름드리 느티나무도 결국은 베어 냈다.
이렇게 나무들을 모두 베어 버리자, 몰려가 앉을 자리를 잃어버린 참새들이 정말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참 잘되었어, 잘한 일이고말고." 나무를 자르자고 제안한 사람은 마을을 떠난 뒤였지만,
그는 이미 마을 사람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추수를 할 때도, 따뜻한 쌀밥을 먹을때도 겨울
날 한가하게 윷을 놀 때도 그를 칭송하는 말들이 자자하게 퍼지곤 하였다.
다시 봄이 왔다. 못자리를 만들고 볍씨를 뿌릴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고마운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런데 모내기철이 지나고, 논에 나가 김을 매다가 등짝에 닿는 따가운 햇빛의 바늘을 느끼면서
마을 사람들은 후회 하기 시작했다.
나무와 함께 여럿이 둘러앉아 들밥을 나눠 먹을 그늘도 잃어버린 것이다. 밥을 먹고 난 뒤에 쉴 자리도,
누울 자리도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은 뒤늦게 가슴을 쳤다.
나무를 베어 내자고 부추긴 도시 사람을 원망학기에는 때가 너무 늦었다.
그들이 나무에서 쏟아져 내리는 새소리를 들으며 달콤한 낮잠 한숨을 자기 위해서는 다시 나무를
심어야 했고, 그리고 십수 년을 기다려야 했으며, 그 동안 들녘에 나올 때마다 햇빛의 뾰족한 바늘에
수업이 살갗을 찔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 불행한 일은, 밤이면 돌아가 깃들일 잠자리를 빼앗긴 참새떼들이 벼 포기를 나뭇가지로 잘못 알고 주야장천 거기에 머무는
일이 벌어지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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