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 세상보기 밀란 쿤데라의 怨 - 영원한 재귀(再歸) 변주곡 남영숙


밀란 쿤데라의 怨 - 영원한 재귀(再歸) 변주곡

동그라미는 완벽한 세상.
처음도 끝도 없이 물고 물리는 세상.
신이 있다면 신은 원의 중심에 살고 있겠지.
신은 자신을 닮은 작은 원들을 낳고.
복제된 영원은 근원을 향해 수렴한다.
원은 영원하고,
인간은 불가능한 영원을 갈구한다.
나는 신이 사는 영원의 수레바퀴에 갇힌 영어(囹圄)의 몸.

어느날 지난날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서른을 다가가는 나의 삶
오늘부턴 어제의 그림자인가?
내 눈에서 당신의 과거를 읽는 어른들을
난 믿지 않았다.
현재는 과거의 잉여인가?
닮은 듯 다른 Version 2.
과거는 현재를 비춰주는 선물인가?
악·몽·인·가·?
어제 A와 걸었던 그 길을
오늘 B와 걸으며 나는 A가 되어 있었다.
과거 원망의 대상이 오늘의 내가 되어
나는 이제 알 수 있었다, A를.
노인의 지혜가 반복된 개인사의 산물이라면
나는 아프지 않고 배우지 않으리. 지혜따위.
동그랗게 몸을 감은 식물인간의 행복.
동그라미는 완벽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