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 세상보기 역삼각型 불안 남은옥


역삼각型 불안 - 남은옥이 물구나무 서다

우리는 말이야 사귐이 가벼운 시대에 살고 있단다.
우린 서로를 알려고만 하지.
키는 몇인지, 어느 곳에 살고 있는지, 얼마를 버는지, 나이는 몇 살인지,
우린 서로를 너무 많이 알고 있지.
난 지금 네가 어디에 있는지까지도 알 수가 있어.
우린 서로를 잘 알고 지내지만 그러나 우린 서로를 모르고 있지.
왜냐하면 말야.
우린,
사람을 사귀지 않거든.

우리 관계는 아주 안전해 보이지.
우릴 이어주는 끈은 아주 질겨서 끊어질 것 같지 않지만,
나뭇잎에 애처롭게 매달린 거미줄처럼 연약하단다.
우리 사이는
외줄을 타는 광대처럼 아슬아슬하고,
거꾸로 세워놓은 삼각형처럼
언제 쓰러질지 몰라 조마조마하지.

우린 잠시도 서로가 붙어 있지 않으면 불안하단 말씀이야.
조금 전에 손을 흔들고 강의실에 들어와서 난 너에게 문자를 보내.
바로 한 시간 후면 교실 문 밖에서 난 다시 너를 만날 텐데 말이야.
답장이 오지 않는 몇 분 동안이 난 불안해.
안절부절못하며 휴대폰을 만지작 만지작거리지.
그리곤
참지 못하고 네 번호를 누르고 말곤 하지.

우린 서로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 한단 말씀이야.
네가 내 눈에 비치지 않는 때면
넌 내 세상 안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돼버리고 말지.
넌 내 눈 속에만 살아 있어.
같은 공간 속에 함께 있어도 다른 세상을 사는 우리는
어느새 사람을 사귀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만 것이 아닐까.
아니면 사라진 꼬리처럼 퇴화해 버린 것인지도 몰라.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가느다란 실을 사이에 두고 너를 만나.
우린 수화기 너머 10초간의 침묵만으로도 서로에게 금세 어색해져 버리고 말지.
어색한 침묵을 없애 보려고 우린 의미 없는 소음으로 애꿎은 공간만을 괴롭히지.

예전엔 말야.
그저 서로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행복한 시절이 있었다고 하더군.
우린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 시절에는
1분, 1시간, 1년, 10년 동안의 오랜 침묵 후에도
서로를 만나 스스럼 없이 대할 수 있었다고 해.
왜냐하면 말야.
그들은…
서로 사귀고 있었거든.

매일 너를 만나지 못하는 나는.
늘 외롭지.
그리고.
네가 옆에 없어 늘 불안하지.

따스한 시선을 통해
너의 마음을 만날 수 있다면.
같은 세상을 느낄 수 있다면.
너의 따뜻한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난 불안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엄마 품 속에 안긴
어린아이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