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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3
  • 부문 : 효행ㆍ가족상
  • 소속(직위) : 제주
  • 수상자(단체) : 조인선

가족, 서로 기댈 수 있는 소중한 존재

 

 

감귤농장을 운영하는 조인선(62) 씨의 하루는 새벽 5시부터 시작된다. 손수 만든 국과 반찬으로 바로 이웃에 있는 시아버지의 아침을 챙기고 나서야 감귤밭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장손과 결혼해 가정을 일군 지 31년, 돌아보면 가족이라는 인연이 새삼 놀랍고 감사하다. 당시로서는 조금 늦은 나이인 서른한 살에 연을 맺은 장손 부부가 기특해서인지 시부모와 시할머니는 가족과 이웃을 살뜰하게 돌보는 며느리를 동네방네 자랑하기 바빴다. 사이가 틀어진 시할머니와 시어머니의 인연을 다시 엮어준 이도 조인선 씨이다. 가장 가까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가장 빠른 처방도 가족임을 잘 아는 그녀는 지금 곁에 있는 가족에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조인선 씨는 서귀포시 표선면에서 감귤농장을 운영하고 있다(왼쪽)>

 

 

가족의 연을 다시 엮은 장손 며느리


수확 철을 맞은 감귤농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조인선 씨는 여든일곱 시아버지의 식사만큼은 빼놓지 않고 챙긴다. 매일 아침 방문하던 것을 시아버지의 배려와 만류로 이제는 사흘에 한 번꼴로 가서 반찬을 채워둔다.

 

제주도 문화는 부모와 자식 간의 독립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조인선 씨는 신혼 초부터 4년간 시부모와 함께 살았다. 감귤농장을 일구는 시아버지와 해녀인 시어머니를 대신해 농사일을 도우며 집안일을 챙겼다. 독립 후에도 지척에 살며 반찬거리를 나르고, 시부모의 입맛에 맞춰 바닷고기를 365일 준비하는 며느리는 그야말로 집안의 보물이었다. 무엇보다 시어머니와 시할머니의 오랜 불화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면서 그는 가족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았다.


“두 분 다 해녀셨는데, 성격이 불같고 고집도 센 편이라 사소한 오해로 사이가 틀어지셨어요. 10년 동안 왕래를 안 했다고 하니 맘이 편하지 않더라고요. 다행히 저는 처음부터 예뻐해 주셔서 두 분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좋은 말만 전하며 거리를 좁혀갔어요. 결정적으로 첫 아이가 태어나면서 두 분의 마음이 완전히 열렸습니다.”


참한 장손 며느리가 안긴 증손주를 보러 오는 시할머니의 얼굴에는 늘 웃음이 번졌다. 비로소 안정과 행복이 가족 전체로 번져나갔다. 고령의 시할머니는 치매를 앓으면서도 다른 음식은 다 물리고 손주 며느리가 해온 음식만 먹을 정도로 그를 믿고 의지했다. 98세로 세상을 떠날 때도 조인선씨가 임종을 지켰을 정도다.


2020년 췌장암 진단을 받은 시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통증으로 잠을 못 이루는 시어머니 곁을 밤마다 조인선 씨가 지켰다. 코로나19가 겹쳐 더 힘든 간호였지만 잠깐 자리를 비울 때도 붙잡던 시어머니의 푸석한 손이여전히 마음 한편에 걸려있다. 이듬해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조인선 씨는 가족이 더 애틋해졌다. 평소 잔소리 한번 하지 않은 시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대신한 지 오래다.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사는 올해 아흔둘의 친정어머니도 한 달에 1~2번은 꼭 찾아 살핀다. 남편과 세 자녀, 형제, 자매까지 존재 자체만으로도 힘이 되는 가족이 곁에 있음에 감사한다.

 

 

<조인선 씨 부부와 시아버지, 세 자녀, 손자들까지 한자리에 모였다(앞줄 왼쪽 두 번째)>

 

 

이웃도 가족, 돌보고 나누는 정

 

무슨 일이든 야무지게 해내는 조인선 씨는 마을의 발전과 이웃을 위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나섰다. 1999년부터 마을 부녀회 활동을 시작해 표선리새마을부녀회장 3년, 표선면새마을부녀회장 6년, 농협의 농촌사랑봉사단장 2년, 표선면 주민자치위원 6년,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6년 등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갔다. 제주도의회 옴부즈맨으로 활동하며 지역 어르신들을 만나 복지 실태를 조사해 지자체에 알리는 역할도 했다.


“혼자 계신 어르신들을 들여다보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거든요. 정기적으로 반찬을 나누고, 청소와 빨래도 해드리죠. 특히 명절 때 찾아뵈면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어요. 자녀가 있어도 찾아오지 않는 어르신이 많으세요. 이웃이 가족이 되는 거죠.”


간단한 마을 청소부터 감귤밭에 버려진 농약병 회수, 독거노인 밑반찬 봉사, 크고 작은 지역사회 행사, 결혼 이주여성의 정착 돕기 등 2007년부터 현재까지 조인선 씨의 등록 봉사 시간만 4,700여 시간에 이른다. 이웃끼리도 가족처럼 가까운 표선면 주민들 사이에서도 ‘표선면을 대표하는 착한 며느리’라고 소문이 난데는 다 이유가 있다.


세 자녀도 엄마의 성품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이웃 어르신들에게 살갑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보면 조인선 씨는 그저 뿌듯하다. 때론 가족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결국 가족 덕분에 힘을 내는 법, 가족 모두의 건강을 첫 번째 소원으로 꼽는 조인선 씨는 여전히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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