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4
- 부문 : 효행ㆍ가족상
- 소속(직위) : 부산
- 수상자(단체) : 장희용·김미야 부부
대가족이 느끼는 일상의 행복
장희용(47), 김미야(49) 씨 부부는 2005년 태어난 큰아들과 2007년부터 입양한 다섯 아들까지 총 여섯 형제를 키우고 있다. 손가락처럼 저마다 몸집도 특징도 다른 아이들이지만 부부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행복을 누리고 있다.
가족이 된다는 것은 축복
2003년 결혼한 장희용, 김미야 씨는 아이는 한 명만 낳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듬해 아이를 유산하고, 다시 임신한 아이마저 이상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으면서 생각을 바꿔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이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난다면 다른 아이를 입양해 정성껏 보살피자.”
2005년 무사히 건강한 첫째를 출산하자 부부는 다짐한 대로 입양을 준비했다. 그리고 2007년 홀트아동복 지회를 통해 생후 15일 된 둘째를 입양했다. 부부에게 입양은 굳이 숨길 일이 아니었지만, 둘째는 자신과 형의 출생 과정이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고심 끝에 부부는 가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아이가 직접 보게 하자고 결정했다. 그리고 2010년에는 생후 17일 된 아이를 입양했다. 동생이 생기고 새로운 가족이 탄생하는 과정을 본 둘째는 출생 과정과 상관없이 한 가족이 된다는 축복을 경험하고 안정을 되찾았다.
아이들은 건강히 잘 자라고 있었지만 입양에 대한 세간의 편견은 가득했다. 입양아동 관련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곱지 않은 시선을 견뎌야 했다. 그러나 장희용, 김미야 씨 부부는 다음을 준비했다. 2012년 입양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영유아 유기가 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또 여자아이 입양을 선호하는 분위기 때문에 남자아 이들이 해외로 입양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남자아이만을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2013년과 2015년, 2018년 계속해 새로운 가족을 맞았다.
<장희용·김미야(오른쪽, 왼쪽 두 번째) 부부와 자녀들>
대가족이기에 겪는 일상
새 식구가 생길 때마다 김미야 씨는 밤잠을 설치며 젖먹이를 돌봤다. 아이가 자란 뒤에도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가정 보육을 했다.
“아이들을 제 배속에서 열 달 동안 품어주지 못했잖아요? 그래서 함께하는 동안 최대한 가까이에서 부모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려고 했어요. 남들은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라고도 해요.
하지만 이건 제가 엄마고 우리가 대가족이기 때문에 겪는 당연한 일입니다.”
<장희용·김미야 부부의 여섯 아이들>
대가족이기에 경제적 부담도 크다. 장희용 씨는 밀키트 매장 운영과 식자재 배달 일을 하며 바쁘게 하루를 보낸다. 올해 막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김미야 씨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래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매일 대용량 세탁기를 두세 번씩 돌려야 한다. 수도세와 전기세도 일반 가정의 두세 배가 나온다. 그러나 부부에게는 이 또한 대가족이 겪는 당연한 일일 뿐이다.
사랑하면 행복이 배가 된다
바쁜 부모를 대신해 서툴게나마 집안일을 거들고, 다툼이 생겨도 빠르게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할 줄 아는 아이들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같은 환경에서 자랐으니 성장 과정이 비슷한 것 같은데도 제각기 취향과 성격이 다른 것 또한 재밌다. 아이가 하나였다면 한번 겪었을 기쁨을 부부는 여섯 번씩 겪고 있다.
“주변에서 ‘낳은 아이와 입양한 아이가 똑같이 느껴지느냐?’라고 물어요. 우리도 입양 전까지는 다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겪어보면 아실 거예요. 정말 내 아이라는 것, 품에 안기는 순간부터 그 아이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에요. 그러니 입양 가족을 향해 의심보다는 관심을, 지적보다는 지원을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장희용, 김미야 씨 부부의 입양은 다른 가정에 새로운 기회로 실현되고 있다. 이들 가족을 보고 실제 입양을 택하는 가정도 많아졌다. 아이들이 자랄수록 가족의 기쁨은 점점 커져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