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4
- 부문 : 효행ㆍ가족상
- 소속(직위) : 경북 의성
- 수상자(단체) : 양연석·전월분 부부
당신 덕분에 좋은 날이 왔지요
세상에 자수성가한 사람은 많지만, 양연석(75), 전월 분(68) 씨 부부처럼 가족에 헌신하면서 집안을 일으킨 사람은 흔치 않다. 양연석 씨는 맏이이자 가장으로서 부모, 동생, 자녀들을 성실히 부양했고, 전월분 씨도 가족을 위해 헌신했다. 그 덕에 양연석 씨의 동생들과 자녀 모두 잘 자라 가정을 이루었고, 아버지는 백수(白壽) 를 누리다 최근 별세했다.
두 손을 맞잡고 가난을 극복하다
양연석 씨와 전월분 씨는 1950년대 태어나 어릴 때부터 가난과 배고픔을 겪었다. 그러다 양연석 씨가 29살, 전월분 씨가 22살 되던 1978년 봄, 두 사람은 맞선으로 만나 결혼했다. 양연석 씨는 19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동생들을 보살피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가정을 꾸리게 되었다.
결혼 당시 양연석 씨의 넷째 여동생, 다섯째 남동생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이었고, 다른 동생들도 여전히 부모 손길이 필요했다. 홀시아버지와 시누들 뒷바라지까지 해야 했지만, 전월분 씨는 상황을 묵묵히 받아들였 다. 가난을 벗어날 방법을 찾는 것이 먼저였다.
결혼 후 양연석 씨는 탄광에 취직하기 위해 강원도로 떠났다. 소 키울 자본금을 마련할 생각이었다. 양연석 씨는 탄광에서 지급하는 빨랫비누까지 살뜰히 모아 집에 부쳤다. 월급도 생활비 일부만 남기고 모조리 집에 보냈다.
그동안 전월분 씨는 낮 동안 밭을 일구 고, 밤에는 희미한 백열등 불빛에서 부업으로 옷감 염색을 하며 시동생들 학비를 보탰다. 시동생들을 엄마 대신 품어 주며 “기죽지 말라”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그리고 남편이 3년 만에 집에 돌아오 자, 부부는 본격적으로 축산업을 시작했다.
<양연석(오른쪽), 전월분(왼쪽) 부부가 마을을 산책하고 있다>
소를 키우면서 부부는 세 차례 한우 파동과 외환위기, 구제역 등을 겪었다. 외환위기 때는 사료비가 폭등해 소를 5마 리만 남기고 다 팔아야 했다. 그러나 부부는 성실함과 우직함으로 위기를 이겨냈다.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는 아침저 녁으로 축사를 소독하고 관리했다. 소한 마리가 전부였던 축사는 현재 200 여 마리 한우로 차 있다. 땅도 배로 늘었다. 과거에 비해 살림이 넉넉해졌지 만, 부부는 여전히 새벽에 일어나 축사와 밭을 살핀다. 양연석 씨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소가 새끼를 낳는다고 하면 직접 소매를 걷어붙인다.
<양연석 씨(오른쪽 다섯번째) 칠순 잔치에 함께한 가족들>
서로의 희생과 노고를 알아주는 가족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냈지만, 양연석 씨는 아내의 공을 더 높이 산다. 아내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행복한 가정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월분 씨는 46년간 시아버지를 극진히 봉양했다. 오래전부터 살던 집이 낡아 바로 앞에 새집을 지었는데도 시아버지는 옛집에 살기를 고집했다. 전월분 씨는 시아버지의 뜻을 존중해 식사를 준비해 나르고, 아침저녁으로 찾아가 말동무가 되어주었다. 시아버지는 여러 명의 자녀를 두었지만, 생전 며느리의 손길만을 허락했다.
“아내를 보면 참 대단하다 싶어요. 시어머니는 없고 시누 넷에 시동생 까지 한명이 있으니 참 힘들었을 거예 요. 그런데 싫은 소리 한번을 안 했어요. 동생들 도시락 싸주며 키우고, 까다로운 아버지 식성도 잘 맞춰 드렸 지요. 이가 편치 않은 아버지를 위해 매일 국을 끓이고 반찬을 해서 날랐어요. 밤이면 자리끼를 가져다 두고, 이부자리를 봐 드리고요. 요즘 세상에 그렇게 하는 며느리가 어디 있나요? 아버님 회갑과 칠순, 팔순, 구순도 아내가 직접 챙겼어요.”
전월분 씨는 남편이 겉으로는 강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여린 성품을 지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양연석 씨는 마을 잔치에 선뜻 행사비를 보태고, 라이온스클럽에 가입해 봉사와 성금 기탁도 꾸준히 해왔다. 그런 양연석 씨를 동생과 자녀들도 자랑스러워한다.
“남편이 탄광에서 고생해 번 돈을 꼬박꼬박 보내준 덕분에 한푼 두푼 모아 집도 고치고, 땅을 일구고, 소도 키울 수 있었어요. 남편의 희생이 없었다면, 살길이 막막했을 거예요. 우리 아버님도 저에게 참 다정하셨어요.
시누들도 옷이든 음식이든 좋다는 게 있으면 꼭 우리 가족을 챙기고요. 아이들도 착하게 잘 컸어요. 다 감사한 일뿐이에요.”
좋은 일 앞에서 부부는 늘 “당신 덕분에”라고 말한다. 그리고 어려운 일이 닥치면 “내가 먼저”라고 나선다. 이것이 양연석, 전월분 씨 부부가 행복한 가정을 이룬 비결이자 삶의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