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4
- 부문 : 복지실천상
- 소속(직위) : 서산석림사회복지관 부장
- 수상자(단체) : 김정순
북한이탈주민은 우리의 이웃
김정순(50) 씨는 “사회복지는 마음과 행동을 동시에 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그들이 자존감을 높이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20년 가까이 이 믿음을 실천하느라 개인 생활은 뒤로 밀리기 일쑤였지만 김정순 씨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발로 뛰며 시작한 북한이탈주민 지원사업
김정순 씨는 충남 서산시 서산석림사회복지관 개관 멤버로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회계 업무를 담당했는데 점차 사회복지에 관심이 생겼다. 근무를 마치고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했지만, 업무 경계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았 다. 그러던 중 2008년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다.
“‘북한 할머니’로 불리던 분이 갑자기 복지관에 안 나오셔서 가정 방문을 했어요. 그러던 중 그분이 탈북민이 라는 것과 주민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탈북민 지원의 필요성은 다들 공감했지만, 복지관의 사회복지사들은 관련 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없었다. 결국 “복지관에서 허락해주면 회계 업무와 병행해서 탈북민 지원을 담당해 보겠다”라며 김정순 씨가 나섰다.
이후 김정순 씨는 탈북민들의 신변을 보호하는 경찰서를 통해 사업을 알리며 충남하나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서산 에서 사업을 진행했다. 또 지역주민 4명, 탈북민 4명으로 우리사회 정착 도우미를 구성하고, 탈북민 전문 상담사의 복지관 파견도 이루어지게 했다.
<김정순 씨가 탈북민과 함께한 염전봉사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편견을 해소하다
사업 초반 탈북민 지원에 초점을 맞췄던 김정순 씨는 관점을 바꾸었다. “여성 탈북민 한 분이 쌀 10kg을 가지고 오셨 어요. 저에게 주고 싶다고 하길래 복지관 어르신들께 대접 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죠. 그 탈북민은 기뻐하시면서 꾸준히 후원 쌀을 가져오셨어요. 그제야 지원대상인 탈북민들이 후원할 수 있는 능력있는 분들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남한 사람도 살기 힘든데 왜 북한 사람을 돕느냐”라는 일부 지역 주민들의 불만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찾았다. 탈북 민들로 구성된 ‘행복봉사단’을 만든 것이었다. 봉사단원들은 지역 내 독거노인들에게 북한식 음식을 배달하고 명절이면 지역 주민들과 음식을 나누며 가까이 다가섰다. 그중 경로당에서 진행한 네일아트봉사단의 활약은 특히 많은 주목을 받았다.
“네일아트를 할 때 손을 잡고 온기를 나누면서 오래 마주 앉아 있잖아요. 탈북민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거리가 점점 좁혀지는 걸 확인했어요.”
이후 행복봉사단은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며 자존감을 높이게 됐고, 지역 주민들은 탈북민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해소하고 있다.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통일교육을 하는 김정순 씨>
탈북민은 이방인이 아닌 우리의 이웃
김정순 씨는 가정폭력으로 집을 나왔다며 하룻밤만 재워달라는 한 여성 탈북민을 친정집에서 보호한 뒤 교회의 지원을 받아 쉼터를 마련했다. 이 일을 계기로 친정이 없는 여성 탈북민들의 처지를 헤아리게 됐다. 출산을 앞두거나 출산한 임산부에게 김정순 씨는 임시 친정엄마를 연결해 정서적 안정을 지원하는 ‘남한 친정엄마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또 외부 단체와 연결해 깍두기를 담가주던 봉사활동은 작년부터 여성 탈북민들과 함께 하는 교류의 장이 됐다. 이 외에도 어린이집에서 진행하는 통일 교육, ‘좋은 이웃만들기 프로젝트’ 등을 통해 지역 주민과 탈북민이 동등하게 어울려 사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저는 ‘당신이 있기에 우리가, 내가 있습니다’라는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말을 자주 인용해요. 이웃에 어려움이 없어야 나도 잘 살 수 있으니까요. 그게 바로 사회복지의 목적 아닐까요?”
김정순 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탈북민들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다. 그래서 그는 일하면서 겪은 탈북민의 이야기들을 틈틈이 글로 정리하고 있다. 『남한살이 몇 해인가요?』라는 가제목도 정해 두었다. 이 책을 통해 탈북민들을 이방인이 아닌 북한에서 우리 사회로 이사 온 이웃으로 여기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