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4
- 부문 : 복지실천상
- 소속(직위) :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 부장
- 수상자(단체) : 김국보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는 사회복지
사회복지사 19년 차인 김국보(44) 씨의 활동 목표는 명확하다. 취약 및 소외계층을 지역사회에서 품어 사회복지관의 역할이 없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꿈같은 이야기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할 일은 포기 대신 더 좋은 세상을 위한 바탕을 닦는 것이다. 그래서 김국보 씨는 지역사회 곳곳을 살피고 발달장애인과 중도입국 청소년 등 소외계층부터 마을 주민까지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해결해야 할 사안이 들리고 보이면 발빠르게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취약계층 노인과 상담하는 김국보 씨>
발달장애인의 가능성을 보여준 세차 사업
병원 기획팀에서 일하던 김국보 씨는 취약계층 환자에 대한 행정 담당자와 사회복지사의 관점의 차이를 접하며 사회복지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 이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3개월 반 만에 병원을 퇴직하고 사회복지학 석사 과정에 진학할 때 가족들은 반대했지만 김국보 씨의 의지는 확고했다. 2007년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에 입사해 성인 발달장애인 주간보호사업을 담당하게 됐다. 발달장애인은 장애 수준이 각기 다르고, 주간보호센터에 입소하지 못하는 발달장애인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김국보 씨는 오랜 고민 끝에 발달장애인 일자리 사업단을 추진했다.
“경증인 경우에 보통 수준의 일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발달장애인 세차단’부터 시작했습니다. 꼼꼼함과 정확성이 가장 중요한 일이니 발달장애인에게 잘 맞겠다 싶었죠.” 총 10명의 발달장애인 세차단은
지역 공공기관의 차량 세차를 맡으며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지역 주민들도 시청에 들렀다가 세차를 맡기곤 했다. 김국보 씨는 세차단의 발달장애인이 첫 월급을 받던 날을 잊지 못한다.
“다 같이 파티를 하면서 발달장애인 보호자들께서 말씀하시더라고요. 아이가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월급까지 받으니 정말 좋다고요. 발달장애인들도 자신이 보호만 받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의 일원이 된 것 같다며 기뻐했습니다.”
<중도입국 청소년 지원에 대해 발표하는 김국보 씨(오른쪽)>
중도입국 청소년에게 기반 제공
이후 김국보 씨는 지역사회에 필요한 일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폐지 줍는 노인이 참여하는 협동조합 ‘회현당 사회적협동조합’, 김해지역 학생들과 함께 취약계층 노인들에게 먹을 거리를 지원하는 ‘1인1라면 나눔사업’, ‘1인1과일 나눔사업’, 경남 최초 주민 참여형 인사나눔 캠페인 등에 힘썼다.
그러던 2018년 김해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업무 협의를 하던 중 새로운 복지 사각지대를 알게 됐다. 결혼 이주민들이 한국인과의 결혼 전 본국에서 낳고 데려온 중도입국 청소년들이었다.
“아이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어요. 한국어 배우기도 버거운데 학교 수업까지 따라가야 해서 많이 힘들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에게는 문화, 가족구성원, 언어 차이 등 모든 것이 장벽이었습니다.”
김국보 씨는 중도입국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중도입국 청소년들을 위한 한국어 교실 프로그램에 모국어로 교과 과목을 가르치는 언어 맞춤형 과외수업을 제공했다. 아이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중 러시아 국적으로 스튜어디스를 꿈꿨던 한 청소년은 러시아어로 진행한 영어 과외 덕분에 영어 실력이 부쩍 좋아졌다. 김국보 씨는 “청소년들이 최소한 꿈은 꿀 수 있게 해준 것이 가장 큰 기쁨이자 성과였다”라고 말한다.
일상 속의 사회복지
김국보 씨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가 사회복지사라고 생각한다. 각자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며 사회를 복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자기 일만 잘해도 되지만 사회복지사는 사회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 임무를 스스로 선택했으니까요. 그러려면 일상 속 사회복지사들의 의견을 잘 듣고 대변하고 연결해야죠. 지역사회에 해결해야 할 일이 있으면 앞장서서 나서야 하고요.”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사회복지는 거창한 것만은 아니다. 마을이 시끌시끌했으면 좋겠다는 어르신의 바람을 반영해 마을축제를 열고, “이런 마을이라면 죽을 때까지 살고 싶다”라는 마을주민의 말에 힘을 얻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는 사회복지로 세상은 좀 더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