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좌측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4
  • 부문 : 아산상
  • 소속(직위) : 베데스다 메디컬센터 원장
  • 수상자(단체) : 임현석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인술을 실천하다

 

 

밤 12시, 임현석(59) 원장이 흙먼지가 뽀얗게 앉은 차에서 내렸다. 우간다의 국경지대이자 오지인 카라모자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길을 서둘러 왔지만, 도로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아서 20km 거리를 달려 오는데 하루 종일이 걸렸다. 하지만 마을은 한밤중에도 잠들어있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임현석 원장과 그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의사가 없는 지역에 의사가 직접 찾아와 진료해 준다는 소식을 듣고 마을 사람들이 밤늦은 시간까지 기다린 것이었다.

 

“카라모자는 우간다에서도 극심한 빈곤으로 인해 세상과 단절된 섬 같은 오지입니다. 치안이 좋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도 없어요. 그래서 우리를 환대해 준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약 조금 가져가서 진료해 준 것뿐인데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니 미안하기도 했어요. 척박하고 열악한 우간다 의료 환경에서 의사로서 보람을 느낄 수 있어서 봉사를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빈민지역 어린이의 상처를 치료하는 임현석 원장>

 

2000년부터 우간다에서 의료봉사

 

임현석 원장은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재학 시절부터 아프리카의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꿈꾸었다. 1999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던 해에 우간다에서 활동 중인 학교 선배로부터 우간다의 의료환경과 현지 병원 설립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뒤 그 꿈을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2000년 6월, 임현석 원장은 다니던 병원을 그만두고 의대 동기인 부인과 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우간다로 떠났다. 치료비는 고사하고 차량을 이용할 수 없는 가난한 환자들이 비교적 쉽게 병원을 방문할 수 있도록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 병원 설립을 결심했다.

 

많은 기대를 안고 찾은 우간다였으나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병원 건물은 고사하고 병원을 설립할 부지조차 없었다. 600평의 부지를 매입하고, 오래된 건물을 병원으로 개축하기로 했지만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계속 벌어졌다. 건축허가는 이유도 없이 계속 거절됐고, 부족한 공사 자재를 구하기 위해 직접 트럭을 몰고 자재를 구하러 다녀야 했다. 외국인에 대한 텃세 때문인지 교통경찰이 트럭을 세우고 트집을 잡는 일도 빈번했고, 몇 번이나 경찰서로 끌려갔다. 의사 등록도 1년이 넘게 걸렸다. 작업 인부들이 제때 일을 하지 않아 당초 4개월로 예상했던 공사 기간이 1년을 넘겼다. 우여곡절 끝에 2002년 1월, 드디어 작은 의원급인 베데스다 클리닉이 문을 열 수 있었다.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 위치한 베데스다 메디컬센터>

 

가난한 환자들이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 확장

 

임현석 원장은 말라리아와 각종 전염병, 기생충 질환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 활동을 시작했다. 우간다의 공공병원은 진료는 무료이지만 의료장비와 시설이 열악하고 약 처방조차 받기가 힘들다. 또 사립병원은 진료비가 비싸 가난한 환자들은 이용하기가 어렵다. 베데스다 클리닉은 전문의가 치료하면서도 사립병원의 30~50% 수준의 진료비만 받으니 당연히 환자가 모여들 수밖에 없었다. 또 베데스다 클리닉은 빈민지역 주민이나 장애인 등은 무료로 진료해 줬다.

 

5명의 직원과 함께 작게 시작한 베데스다 클리닉은 2013년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확장됐다.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안과, 치과 등 6개의 진료과를 갖추고 37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병원급으로 성장했다. 여기에는 임현석 원장의 부인 최영단 씨도 큰 역할을 했다. 한국에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최영단 씨는 우간다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진료과를 찾던 중 백내장, 녹내장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 실명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우간다 국립대학 의대에 입학해 안과 전문의가 되었고, 저소득 안과 환자를 치료하며 임현석 원장의 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명한 환자들은 보호자와 함께 손을 잡고 병원에 오지만 수술 후 혼자 걸어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시계를 고치는 일을 하던 환자가 기억에 남는데, 눈이 보이지 않아 일을 하지 못하던 상황이었어요. 수술 후 저를 볼 때마다 시력이 회복되어 시계도 고치고 이렇게 잘살게 됐다고,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합니다. 질병 치료뿐 아니라 생업으로 복귀해서 일상을 다시 회복하게 된 거니 기쁘고 보람도 느꼈어요.”

 

<임현석 원장(왼쪽 다섯 번째)과 베데스다 메디컬센터 직원들>

 

 

오지의 환자를 찾아가는 의료봉사

 

우간다에는 의사와 의료시설이 없는 무의촌이 많다. 임현석 원장은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운 소외지역 주민을 위해 무의촌 섬 지역에 진료소를 세웠다. 또 의료 소외지역을 직접 방문하고 내전을 피해 우간다로 들어온 난민들의 정착지역에서 의료캠프를 진행하는 등 찾아가는 의료봉사에도 힘썼다. 병원에 올 수 없는 가난한 환자를 만나기 위해 비포장도로를 하루 종일 달리고, 현지인들도 꺼리는 위험지역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임현석 원장에게는 큰 원칙이 있다. 일시적인 약 처방이 아니라 환자들이 일상을 회복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진료를 하자는 것이다.

 

“대부분 의료봉사는 장비나 환경 등 제약이 있어 진료가 제한적입니다. 며칠 치 약을 준다고 해서 현지인들의 건강이 갑자기 좋아지지는 않아요. 그래서 치료 한 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외과 수술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무릎에 생긴 혹을 제거하는 간단한 수술에도 훨씬 생활이 편해지거든요. 장기적으로 경과를 확인해야 하는 만성질환은 약 처방과 함께 질환 관리 교육을 꼭 하고 있습니다.”

 

 

뇌전증 환자 돕기 위한 클리닉 개설

 

우간다에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의료 서비스가 부족해 출산 시 합병증으로 뇌성마비와 발달장애, 뇌전증 환자가 많다. 특히 뇌전증을 질환으로 생각하지 않고 주술사를 찾거나 민간요법을 이용하다 치료 시기를 놓쳐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19 시기에 이동 제한으로 난민촌 의료캠프 등이 어렵게 되었고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가 줄어들었다. 이에 임현석 원장은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뇌전증 환자 치료를 공부하기 위해 한국으로 귀국해 모교인 경북대병원 소아신경과에서 전임의 수련을 받은 후 2022년 5월 베데스다 메디컬센터 내에 뇌전증 클리닉을 개설했다. 또 뇌전증 환자가 많이 내원하는 우간다 수도 캄팔라의 뮬라고 국립병원 소아과에서 월요일과 목요일에 자원봉사 진료를 시작했다. 뮬라고 국립병원은 공공병원으로 내원환자 대비 전문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씩 환자를 진료하는 임현석 원장의 봉사는 큰 환영을 받았다. 이 외에도 정기적으로 난민촌을 방문해 의료진 교육과 뇌파 검사, 뇌전증 환자 치료에 힘쓰고 있다.

 

<임현석 원장(왼쪽 두 번째)이 의료 소외지역을 방문해 진료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의료 지식과 의술을 나누는 의사

 

임현석 원장은 우간다에 설립한 베데스다 메디컬센터가 현지인이 운영하는 병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젊은 현지인 의사 육성에 힘쓰고 있다. 베데스다 메디컬센터에 근무하던 현지인 임상병리사가 가난한 환자들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우간다 수도 마케레레대 의대에 진학했고, 임현석 원장은 등록금을 지원했다.

 

임현석 원장은 베데스다 메디컬센터를 증축하고 병동 확장, 시설 및 장비 보강을 계획하고 있다. 병원 증축이 완료되고 병원 운영 시스템이 안정화에 접어들면 양질의 의료 서비스가 더 많이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내가 가진 의료 지식과 의술을 우간다의 가난한 환자들과 함께 나누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임현석 원장의 소망이 하나씩 이루어지고 있다.

 

<빈민지역 어린이들과 함께한 임현석 원장>

 

  • 현재 페이지를 인쇄하기
페이지 처음으로 이동
아산사회복지재단 (05505)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 43길 88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