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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2
  • 부문 : 효행ㆍ가족상
  • 소속(직위) : 강원 원주
  • 수상자(단체) : 박일호

아들과 지역 주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

 

 

강원 원주소방서 단구119 안전센터 소방관 박일호(47) 씨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다. 24시간 교대근무 속에서도 몸이 불편한 아들의 치료를 위해 원주와 서울을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홀로 생활하는 어머니를 챙기고, 아들 곁을 지키는 아내를 다독이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쉬는 날 없이 이어지는 일상이지만 안전과 생명을 다루는 소방 업무에 자부심을 느끼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소방관 후배들에게는 귀감이 되는 든든한 선배이자 동료다.

 

870g 초미숙아로 태어난 아들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아들 백일잔치를 기념하며(오른쪽 두 번째)>

 

박일호 씨는 40세 늦은 나이에 결혼해 아들을 얻었다. 큰 기쁨과 함께 아이를 위해 더 좋은 태아보험이 없을까를 고민하던 시기, 아이는 임신 5개월 만에 초극소 저체중아로 세상에 갑자기 나왔다. 태어날 당시 아이의 몸무게는 870g. 신생아라고 해도 너무 작았다. 체중이 1kg도 되지 않는 초미숙아였다.

 

태어나자마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인큐베이터 치료가 시작됐다. 호흡곤란증후군, 기관지폐이형성증, 만성 폐질환, 원인불명의 폐쇄성 다발성 골절 등 갓 태어난 아이의 진단명만 10여 가지가 넘었다. 병원에서는 아이가 생존할 확률이 50:50이라고 말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4개월간의 사투를 벌인 아이는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퇴원했다. 하지만 계속된 경련과 고열로 응급실 치료와 입원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 당시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조금 일찍, 작은 몸무게로 태어났을 뿐이지 시간이 지나면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거든요.”

 

2017년 11월, 아이가 태어난 지 5개월 만에 병원에서는 ‘뇌병변으로 인한 강직성 사지마비’ 진단을 내렸다. 뇌성마비의 일종이었다. 사지의 발달이 지연되고 다른 형태의 뇌성마비에 비해 청각, 시각, 학습 장애 발생률은 더 높은 질환이다.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던 그날이 가장 힘들었던 날 같아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죠. 아들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절망도 잠시, 박일호 씨는 아이의 치료와 재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심했다.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는 삶

 

<강원도 원주소방서에서 근무하는 박일호 씨>

 

아이가 너무 어려 원주에서는 재활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이 없었고, 서울의 대학병원은 대기자가 많아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서울에 있는 사설 재활치료센터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서울과 원주를 오가는 생활이 시작됐다.

 

박일호 씨는 현재 소방서에서 3일을 주기로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하루 24시간을 꼬박 근무하면 이틀을 쉬는 것이다. 하루 근무를 마치면 어머니의 식사를 돌보고, 아내와 아들이 있는 서울로 향해 아이 치료를 돕는다.

 

5살이 된 아들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목을 가누지 못하고 거동이 불편해 보호자가 항상 곁에 있어야만 한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몸에 힘이 빠지는 저긴장 상태와 몸에 과도하게 힘이 들어가는 과긴장 상태를 오간다.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엄마, 아빠를 알아보고 눈빛으로 좋음을 표현하는 정도다.

 

“아이 눈빛을 보면 힘이 나요. 5년 가까이 이 생활을 하다 보니 육체적으로는 적응이 됐는데, 경제적으로는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태아보험을 들지 못해 매월 아들에게 드는 치료 비용이 만만치 않거든요. 아들을 위해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서울과 원주를 오가는 차 속에서도 자녀 건강을 위한 기도문을 틀어놓고 기도해요.”

 

아이 눈빛처럼 밝고 따뜻한 세상을 향해    

 

박일호 씨는 아이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깨달았다. 예전에는 장애가 남의 일이었는데, 아이가 태어나면서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렸다고 고백한다. 주위에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과 가족이 많다는 사실도 알았다. 어려운 상황에서 복지단체를 통해 지원받으며 세상은 여전히 따뜻한 곳임을 느끼기도 했다.

 

“아이가 저희에게 와 준 덕분에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지금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커서 많이 베풀지는 못하지만, 아내와 함께 평생 나눔의 삶을 살자고 약속했습니다.”

박일호 씨는 오늘도 사랑하는 아들과 가정을 지키며, 화재와 응급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소방서로 향한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천만한 직업이지만, 귀한 생명을 살리는 일에 감사와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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