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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2
  • 부문 : 자원봉사상
  • 소속(직위) : 충북혜능보육원 후원자협의회 회장
  • 수상자(단체) : 허운

언제나 아이들 곁에 있기로 한 약속

 

 

삶의 원칙을 세우고 꾸준히 지킨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작고 사소한 원칙이라 해도 사는 게 바쁘다는 이유로 하나둘 잊기 마련이다. 허운(68) 씨는 그렇게 지키지 못할 일은 처음부터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자신과의 약속이든 타인과의 약속이든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신념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36년간 혜능보육원 봉사활동을 계속하게 한 원동력이다.

 

허운 씨가 처음 혜능보육원을 찾았던 것은 1986년 불교 자원봉사단체 능인회에 가입한 것이 계기였다. 단양군청에서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때로 매월 2회 주말에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2년쯤 지났을 무렵 능인회는 해체되었으나 아이들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었다. 청주 외곽에 위치해 교통이 불편하다는 것도, 몇십 명의 간식을 혼자 마련하기 부담스럽다는 것도 허운 씨에게는 통하지 않는 변명이었다.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지켜야 하는 약속

 

     <아동시설 아이들을 위한 책 '그믐에도 달이 뜬다' 출판기념회에서(앞줄 왼쪽 세 번째)>

 

“처음엔 혼자 가니 조금 어색한 면도 있었지만 아이들과 배드민턴도 치고 족구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습니다. 가족들이 많으면 챙길 기념일이 많은 것처럼 혜능보육원에 갈 일이 참 많습니다. 명절은 물론이고 어린이날, 여름 캠프, 연말 졸업생 홈커밍데이 등 크고 작은 행사가 많지요.”

 

허운 씨는 혜능보육원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살뜰히 챙겼다. 입학식, 졸업식은 꼭 참석할 뿐만 아니라 군대 가는 길 배웅도 마다하지 않았다. 남학생들의 경우에는 집으로 초대해 함께 밥을 먹고 잠들며 가정의 따뜻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게 했다. 교환학생으로 중국에서 머물던 아이가 중국 친구와 함께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함께 부산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때로는 아버지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지내다 보니 세월이 한참 흘렀다. 혜능보육원 아이들에게 허운 씨는 그들의 성장 과정을 지지하고 응원해준 멘토이자 마음과 마음으로 맺어진 가족이다.

 

허운 씨는 지난 2000년부터 혜능보육원 후원자협의회 회장으로 20여 명의 회원을 이끌고 있다. 보육원이 필요로 하는 부분이 있으면 두 팔 걷어붙이고 앞장서는데 그러다 보니 새로운 일을 계속 만들게 된다.

 

2013년 창단된 혜능보육원 오케스트라는 허운 씨의 발 빠른 추진력으로 일군 결실이다. 악기 구입을 위한 후원금 마련부터 악기 교육과 공연 등을 하나씩 성사시켰다. 혜능보육원 오케스트라는 지금 보육원 아이들 과반수가 참여하는 대표 프로그램으로 해외 초청까지 다닐 정도로 수준급의 실력을 자랑한다. 오케스트라 단원 중 2명은 악기 전공으로 대학교에 입학하기도 했다. 또한 보육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골프 교실도 만들어서 새로운 경험과 가능성을 모색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아이들을 대면하기 어려웠을 때는 ‘키 성장 프로젝트’를 시도했어요. 저마다 적절한 목표를 정하고 그만큼 키가 크면 선물을 전달했죠. 여러 명이 같이 어울리지 못해 힘들어했는데 각자 줄넘기를 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보낼 수 있었죠.”

 

지갑 속에 고이 간직한 아이들의 꿈과 소망

 

                                           <아이들과 여행을 함께 한 허운 씨>

 

허운 씨는 혜능보육원 아이들에게 전폭적인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혹시 누구 하나 소홀함이 없는지 매번 고민하곤 한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 아이들에겐 의도하지 않은 행동도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초에 아이들의 계획을 묻고 그 계획이 잘 실행되고 있는지 중간중간 이야기를 나눈다.

 

“제 지갑 속에는 혜능보육원 아이들 이름, 학교, 특성 등을 기재한 명단이 있습니다. 70여 명이 넘다 보니 가끔 궁금하기도 하고 이름이 헷갈릴 때 꺼내 보죠. 대단히 살갑고 다정한 사람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아이들 곁에 있을 겁니다.”

 

허운 씨는 지난 2002년부터 혜능보육원뿐만 아니라 청주 인근의 장애인생활시설인 은혜의 집에도 도움의 손길을 보태고 있다. 시설 이전을 인연으로 지금까지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며 묵묵하게 관심을 이어오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살아야 한다는 허운 씨의 굳은 신념은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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