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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2
  • 부문 : 자원봉사상
  • 소속(직위) :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자원봉사자
  • 수상자(단체) : 김시중

시각장애인과 세상을 연결하는 희망의 목소리

 

 

경기도 파주에 사는 김시중(79) 씨는 정기적으로 서울 나들이에 나선다. 두 시간 남짓 버스와 지하철을 여러 번 갈아타야 하지만 발걸음은 늘 가볍다. 80세를 바라보는 나이라 먼 거리 이동이 힘들 법도 하지만 아직은 괜찮다며 손사래를 친다. 김시중 씨가 매번 이렇게 향하는 곳은 바로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녹음실이다. 1986년부터 지금까지 약 36년 간 <월간 소리잡지> 낭독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이 매체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샘터>, <좋은 생각>과 같은 교양, 정보 매체의 기사를 음성으로 지원한다. 이 외에도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소설이나 에세이 등과 같은 문학 작품 낭독 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김시중 씨가 제작에 참여한 <월간 소리잡지>는 1,750여 권에 이르고 단행본도 120여 권에 달한다.

 

성우의 일상이 된 낭독봉사

 

                                            <시각장애인을 위해 녹음 봉사중인 김시중 씨>

 

“성우로 오랫동안 일했습니다. 처음엔 프리랜서로 근무하다가 1968년 MBC 성우극회 3기로 입사했죠. 아무래도 성우이다 보니 낭독은 자신 있었고 우연히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던 지인의 부탁으로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40대쯤 시작한 것 같은데 이렇게 할머니가 되어서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늘 하던 대로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김시중 씨는 겸손하게 말하지만 사실 낭독 봉사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관계자들에게 정평이 나있다. 성우의 업무 특성상 근무 시간이 탄력적이다 보니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에 와서 낭독 봉사에 참여했다. 직원들과 같이 출근해서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해결하고 퇴근할 만큼 온종일 애쓰는 날도 많았다. 개인적인 상황이나 사정이 있더라도 낭독 봉사만큼은 미루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추천하면서 활동의 폭을 넓혀 갔다.

 

사실 김시중 씨의 낭독 봉사 첫 시작은 맹인선교회 봉사활동에서부터 출발한다. 맹인선교회의 요청으로 신문을 읽어주던 것에서 잡지와 단행본으로 봉사의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낭독 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성우이기 때문에 조금 더 장점이 많지요. 예를 들어 소설이라고 하면 등장인물에 맞게 목소리도 바꾸면서 연기를 더할 수 있으니까요. 시각장애인들이 듣기에 지문과 대화가 명확하게 구분되니 소설에 더욱 몰입하게 되고요.”

 

김시중 씨는 낭독 봉사 외에도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낭독아카데미에서 신규 봉사자들을 위한 교육도 진행했다. 현재는 후배가 맡고 있지만 지난해까지는 병행하면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신규 봉사자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텍스트를 읽는 데에만 급급하기 마련인데, 오랜 지식과 경험을 살려 시각장애인들이 듣기 좋은 속도, 음색, 감정 표현 등을 알려주었다.

 

목소리라는 소중한 선물

 

                         <시각장애인을 위한 잡지 창간 기념식에서(앞줄 오른쪽 첫 번째)>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좋아했어요. 학창 시절에 공부를 할 때도 꼭 라디오 드라마를 틀어 놓고 했죠. 그때만 해도 TV가 대중화되기 전이라 라디오를 많이 들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우가 된 것 같아요. 한창 성우로 일을 열심히 할 때는 영화, 드라마, 만화 등 여러 작품에서 활약했지요. 외화 여자 주인공을 도맡아서 했어요.”

 

젊은 시절 여러 작품을 통해 연기의 혼을 불태웠다면 지금은 좋은 문장과 글귀를 읽으며 마음이 풍성해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낭독 봉사를 하면서 수많은 글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식도 늘어나고 세상 곳곳의 이야기를 많이 알게 되었다.

 

“낭독 봉사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저 자신이 도움을 많이 받는 일입니다. 낭독을 하면서 과거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전국 팔도강산, 세계 곳곳의 훌륭한 사람들, 멋진 풍경을 만나기도 하죠. 건강이나 문화 등 새로운 지식과 정보도 접하고요. 일전에 낭독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담당할 때 낭독 봉사를 더 잘하려고 본인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찾아온 학생이 있었어요. 그 학생을 보면서 자극을 받고 또 한 번 배웠지요. 저는 그저 제가 가진 목소리를 내는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봉사라고 말하기에도 부끄럽습니다.”

 

김시중 씨는 ‘목소리’라는 선물을 가지고 있음에 늘 감사한 마음이다. 목소리는 나이가 들어도 크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낭독 봉사를 통해 자신의 쓰임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는 매일 강아지 산책을 시키면서 운동을 하는데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낭독 봉사는 그만두지 않을 겁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내년에도 오늘 같은 일상이 바뀌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김시중 씨는 오늘도 녹음실로 향할 준비를 한다. 좋은 글귀를 만나 자신을 감동시키고, 그 감동을 시각장애인들에게 그대로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힘차게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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