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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2
  • 부문 : 자원봉사상
  • 소속(직위) : 상암월드 구두수선점
  • 수상자(단체) : 김병록

행복을 나누고 베푸는 삶

 

 

서울 상암동 상가 1층 구둣가게 ‘상암월드’ 문을 열고 들어서면 편안한 미소의 부부가 손님을 반갑게 맞는다. 남편은 구두를 수선하고 아내는 수선이 끝난 구두에 광을 내며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구두수선공 김병록(63) 씨는 자신을 ‘거리의 행복 전도사’라고 소개한다. 일상 곳곳에서 만나는 어려운 이웃들이 조금이나마 행복해지길 바라며 힘을 보태는 까닭이다.

 

김병록 씨는 녹록지 않은 성장 과정을 거쳤다. 열한 살 때 가출해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며 근근이 버티다 직업교육기관인 소년직업보도원에서 생활하게 되었고, 구두 닦는 기술을 배워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며 지냈다. 그때 자신에게 공부를 가르쳐준 대학생 형, 누나의 도움을 기억하며 어른이 되면 꼭 그 은혜를 갚겠다고 다짐했다.

 

절망을 딛고 희망을 발견하다

 

<구두를 수선하고 있는 김병록 씨>

 

“열일곱 살 때 서울로 올라와 닥치는 대로 일을 했어요. 공장이나 건설현장 일용직, 유흥업소 서빙 등 살기 위해 이를 악물었죠. 지하 골방 같은 곳에서 쪽잠을 자며 생활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목소리가 이상한 거예요. 폐결핵이었어요. 험하게 살았고 건강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으니 몸에 무리가 온 거죠. 일을 그만두고 경기도의 기도원에 들어가 격리 생활을 했어요. 신앙생활을 하면서 저를 돌아보게 되었고요. 그곳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죠.”

 

아내 권점득(61) 씨가 살뜰히 돌본 덕분에 점차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고 생계를 위해 다시 일을 시작했다. 영등포 거리 한편에서 구두수선을 하며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살기로 마음먹었다. 더불어 이제부터의 인생은 덤으로 얻은 것이니 좋은 일을 하며 살기로 결심했다. 먼저 술과 담배를 끊으며 모은 돈으로 노숙인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소년소녀가장들을 도왔다. 같은 처지를 겪어서인지 몰라도 김병록 씨에겐 유독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만 눈에 띄었다.

 

“봉사라고 말하면 너무 거창하고, 그냥 몸이 저절로 움직여요. 누군가는 제 앞가림이나 하지, 형편도 좋지 않은데 무슨 사치냐고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부자와 빈자는 각자의 기준일 뿐이에요. 100을 가져도 모자란 사람이 있고 10을 가져도 넘치는 사람이 있죠.”

 

1996년 경기도 고양으로 자리를 옮겨 구두수선을 하던 김병록 씨는 구두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겐 넘쳐나지만 누군가에겐 단 한 켤레밖에 없거니와 이젠 더 이상 고칠 수도 없는 경우를 많이 목격한 것이다. 김병록 씨는 가게 앞에 ‘신지 않거나 버리는 구두가 있으면 구두병원으로 가져다주세요’라는 안내문을 붙이고 헌 구두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인 구두를 수선해 주변의 어려운 노인들에게 먹거리와 함께 선물하기도 하고, 1998년 경기 파주 수해 때 1,000여 켤레, 서울 문래동의 노숙인지원센터와 경기도 성남의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200켤레 등 10년 넘게 5,000여 켤레의 구두를 전달했다. 지금은 가게 옆에 ‘희망나눔박스’를 마련해 새 제품처럼 수리한 구두와 운동화, 가방 약 100점을 필요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고 베풀다

 

                                                      <이발 봉사 중인 김병록 씨>

 

김병록 씨의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996년부터 월 2~3회 일요일마다 요양원, 노인정 등을 찾아다니며 노인들의 머리를 다듬고 있다. 3개월 동안 학원에 다니며 이발 기술을 배웠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았다. 파주 정원치매노인요양센터, 고양 소망의 집, 남양주 초원의 집 등과 오랜 인연을 맺었고 최근에는 쪽방촌 노인과 노숙인 대상으로 이발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때 많은 사람이 참 힘들었는데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더 힘들었어요. 그런 모습을 보니 제가 가진 것을 나누고 싶었고 나중에 농사지으려고 마련했던 땅을 파주시에 기부하게 됐습니다.”

 

1만 평 이상 되는, 수억 원 가치의 토지를 기부한다는 김병록 씨의 결심에 가족들은 놀랐지만 막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그가 해왔던 일들을 잘 알기에 또 한 번 믿고 따랐다.

 

김병록 씨는 주변을 쉽게 지나치지 않는다. 이발 봉사를 다니면서 일산대교나 외곽순환도로를 이용할 때 뒤에 오는 차량의 통행료를 대신 내주기도 하고, 가게 앞에 ‘행운의 항아리’를 마련해 동전 모으기 운동도 펼치고 있다. 365일 언제 어디서나 ‘오늘도 힘내라’며 먼저 인사를 건네는 거리의 행복 전도사, 김병록 씨의 선한 영향력은 오래도록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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