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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2
  • 부문 : 복지실천상
  • 소속(직위) :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 센터장
  • 수상자(단체) : 홍유미

시청각장애인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들려주다

 

 

홍유미(56) 씨는 대학 입학 후 수화동아리에 가입하면서 수화를 처음 접했다. 한국밀알선교단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수화를 사용하는 모습을 볼 때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대학시절 내내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장애인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고 이들의 열악한 환경을 보고는 마음이 아팠다.

 

“집에만 계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장애인 캠프를 통해서 10년 만에 처음 밖에 나와 봤다고 하는 분들도 있었죠. 그분들을 보면서 장애인들의 복지가 향상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유치원 교사 그만두고 사회복지 분야로

 

유아교육을 전공한 홍유미 씨는 대학 졸업 후 전공을 살려 유치원 교사로 일했다. 아이들에게 인기 많은 선생님이었고 근무 환경도 만족스러웠다. 유치원 교사로 2년 정도 일했을 무렵 대학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한국밀알선교단에서 함께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해왔다. 봉사단체였기 때문에 많은 월급을 기대하기도 어려웠고 미래도 불투명했지만 홍유미 씨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자리를 옮겼다.

 

선교단에서는 정기적으로 수화를 가르쳤고 수화 교육을 요청하는 곳이면 지역을 상관하지 않고 어디든 달려갔다.

장애인과 일반인의 소통을 위해 6권의 수화 책을 쓰고 수화 강사로 대학 강단에도 섰다. 장애인에 대한 일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였고 국제수화통번역학 석사 학위, 시청각장애인 관련 연구로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시청각장애인들 위해 제2의 인생 걸어

 

               <시청각장애인에게 점자정보 단말기를 전달하고 있는 홍유미 씨(오른쪽)>

 

2019년 밀알복지재단에서는 시청각장애인의 자립을 돕기 위해 헬렌켈러센터를 세우면서 적임자를 찾고 있었다. 재단에서 원하는 적임자는 바로 홍유미 씨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고민이 됐다.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못다 한 공부도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일을 제가 맡아도 괜찮을까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았지만 놀랍게도 어느 한 사람도 반대하지 않았다. 반대할 법도 했던 남편도 반대를 하지 않았고 말릴 것 같았던 지도교수도 딱 맞는 일이라면서 오히려 적극 추천했다.

 

‘하늘의 뜻인가 보다. 제2의 인생을 여기에 걸자.’

 

홍유미 씨는 두려움 없이 새 일에 뛰어들었다. 새롭게 설립된 헬렌켈러센터의 유일한 직원이자 팀장으로서 일을 시작했다. 지금은 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직원도 6명으로 늘어났다.

 

시청각장애인들은 겉으로 보면 장애가 심각해보이지 않아 법적 지원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고 생각하면 그 장애의 심각성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시청각장애인들은 장애인 복지의 사각지대에 마지막으로 놓인 사람들입니다. 집 밖에도 나갈 수 없는 사회성 장애인이기도 하죠.”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지원 사업을 하면서 헬렌켈러센터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밖으로 나오기를 꺼려하는 시청각장애인들을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었다.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점자 단말기 교육을 시키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결연 후원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시청각장애인인 손창환(51) 씨는 헬렌켈러센터의 시청각장애인 교육의 효과를 직접 몸으로 증명한 사람이다. 처음 교육을 받기 시작할 때 “제 꿈은 헬렌켈러센터의 직원이 되는 겁니다.”라고 당당히 포부를 밝혔던 그는 3년간의 교육을 받은 후 정말 센터의 정식 직원으로 채용됐다. “첫 월급을 타면 아들에게 용돈을 주고 싶다”며 수어로 밝힌 취업 소감에 수어를 모르는 사람들까지 감동을 받고 눈물을 보였다.

 

시청각장애인 의사소통 보조체계 개발

 

                           <시청각장애인의 촉수어 교육을 하고 있는 홍유미 씨(왼쪽)>

 

시청각장애인들은 수화가 통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손을 만져서 의사소통을 하는 촉수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촉수어의 경우 일대일 소통만 가능한데다 대화 중에 발생한 돌발 상황 등을 표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홍유미 씨는 시청각장애인 의사소통 보조체계인 한국형 촉신호 개발에 나섰다. 촉신호란 시청각장애인들이 간단한 신호를 통해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손이나 팔, 어깨, 등 같은 부위에 손가락을 이용해 간단한 기호나 모양을 그려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홍유미 씨는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법적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법제화를 추진하는 일과 함께 헬렌켈러센터의 활동 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땅의 모든 시청각장애인들이 집 밖으로 나와 새로운 세상을 보고, 들을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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