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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2
  • 부문 : 복지실천상
  • 소속(직위) : 성민복지관 사무국장
  • 수상자(단체) : 남영란

발달장애인 스스로의 미래 준비를 돕다

 

 

“빵 가져가세요.”

 

성북구 길음동에 위치한 작은 제과점. 영업시간이 끝날 즈음이면 빵집 주인 부부는 팔고 남은 빵을 모아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남영란(42) 씨는 어린 시절 빵을 나누던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나누는 삶에 관심을 갖게 됐다. 또한 고등학교 시절에는 장애인 복지시설을 찾아 꾸준히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청각장애인 목사와의 운명적 만남

 

“너도 대학에 들어가면 수화동아리 활동을 해봐.”

 

먼저 대학에 들어간 오빠는 수화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동생에게도 넌지시 권했다. 남영란 씨는 수화동아리 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청각장애인에게도 관심을 갖게 됐다. 오빠를 따라 청각장애인 목사가 있는 농아인 교회에 가게 됐는데 그곳에서 운명의 만남을 갖게 된다.

 

청각장애가 있는 담임 목사와 결혼을 결심한 남영란 씨는 부모의 반대를 설득하고 주변의 걱정을 뒤로 한 채 결혼에 성공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남영란 씨는 은평구에 위치한 신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첫 사회복지 업무를 시작했다. 그곳에서 저소득 주민들을 위한 자활 근로 사업과 장애인복지, 가족복지 사업을 담당했다.

 

결혼 후 복지관을 그만두고 잠시 전통 찻집을 운영한 적도 있다. 남편이 목사로 있는 교회의 청각장애인들 중에 서비스 업종에서 일해보고 싶은데 취업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자신이 직접 찻집을 운영하면 그들을 고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덜컥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 실험은 오래 가지 못했다.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1년도 채 운영하지 못한 채 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서 배운 것도 많았다. 장애인들에게 당장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이끌어나갈 수 있는 자생력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발달장애인의 역량강화 지원

 

                                           <세미나에 참석해 발표하는 남영란 씨>

 

남영란 씨는 2011년 성민복지관 기획팀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올해부터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성민복지관은 장애인의 미래 설계를 지원하는 것을 모토로 내건 복지관이다.

 

남영란 씨는 입사 후 복지관 내 산하 연구소의 연구원으로서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평생과정설계’ 연구를 진행했다.

 

발달장애인이 결혼부터 소득, 재정, 직업, 주거, 교육, 보건의료, 문화여가, 법률 등의 영역에서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기반 마련을 위한 모델을 개발해 보급하는 일이었다. 막연하게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생애주기별로 구체적인 설계 기준을 정리했다. 그리고 이것을 ‘활동북’으로 만들어 당사자가 직접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했으며, 전국에 배포해 많은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역량 강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장애인 당사자의 욕구와 부모의 욕구가 다를 때 갈등이 생긴다. 부모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보다 부모 입장에서 장애인 자녀들을 바라보다 보니 당사자를 위해 올바른 선택이 되지 못하는 상황도 많다.

 

“모든 장애인 부모들의 꿈은 단 한 가지입니다. 자신이 자녀들보다 딱 하루만 더 사는 것이죠.”

 

남영란 씨는 장애인 부모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면서 평생과정 설계를 통해서 장애인 가족이 함께 미래를 준비하고 장애인 당사자가 역량 강화를 통해서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평생과정 설계를 경험한 한 장애인 부모가 남영란 씨에게 해 준 말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성민복지관을 만난 것이 제 인생 최고의 ‘로또’입니다.”

 

발달장애인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다
 

<발달장애인 역량강화 활동 중인 남영란 씨(왼쪽)>

 

발달장애인지원법이 생긴 이후부터는 이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힘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활동에 나섰다.

 

서울 시내 21개 장애인복지관 실무자들과 연계해 ‘발달장애인 권익지원연대’를 발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삶의 목표가 생겼어요.”

 

“제 미래를 제가 설계하니 삶이 즐거워요.”

 

발달장애인 스스로가 이런 말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과 함께 큰 감동을 받았다는 남영란 씨는 “사회복지의 실천가로서 평생과정 설계에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장애인을 위한 조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매진하고 싶다”며 “경력도 많지 않은 저에게 큰 상을 준 것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도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격려라고 생각한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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