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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2
  • 부문 : 복지실천상
  • 소속(직위) : 대한성공회살림터 사무국장
  • 수상자(단체) : 김동혁

노숙인들에게 잃었던 신용을 되돌려주다

 

 

김동혁(47) 씨는 원래 뱃사람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해운회사에 입사해 기관사로 일했다. 1만톤 급 외항선을 타고 5대양 6대주를 누볐다. 한 번 바다로 나가면 1년 내내 바다 위를 떠다니는 것이 일상인 삶이었다. ‘계속 이렇게 배를 탈 수 있을까.’ 김동혁 씨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 배에서 내리기로 결심했다. 또 다른 인생의 항해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회복지사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다

 

                     <노숙인생활시설을 점검하고 있는 김동혁 씨>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던 김동혁 씨는 사이버대학에서 법학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천안노인전문요양원에서 생활지도원으로 첫 사회복지 일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아내를 처음 만나 결혼도 했으나 사내 부부로 근무하기 어려워 입사 11개월 만에 사직했다.

 

쉽지 않은 취업 환경에서 김동혁 씨는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가장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는 노숙인 복지 분야를 선택하고 서울로 올라와 영등포에 위치한 옹달샘상담보호센터에 입사했다. 이곳에서 10년간 일하면서 노숙인 복지를 담당했고 2017년 대한성공회살림터로 옮겨 5년째 근무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지극히 평범한 사회복지사 경력처럼 보이지만 신용 회복을 통해 노숙인들의 자립과 자활에 도움을 주는 활동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김동혁 씨가 이들의 신용 회복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 노숙인을 상담하면서부터다.

 

“알코올 중독이 심한 노숙인이 있었어요. 처음엔 마음을 열지 않았는데 오랜 시간을 기다리며 관계 형성을 하고 대화를 나누다보니 신용불량 문제로 가출을 했더라고요.”

신용문제로 집을 나온 노숙인들이 노숙을 하다 2차로 피해를 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노숙인들이 금품을 받고 본인 주민등록증을 대여해 주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이런 명의들이 ‘대포폰’, ‘대포통장’ 등에 악용되면서 새로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노숙인에게 꼭 필요한 한 가지

 

                          <노숙인들의 신용회복 강의를 하고 있는 김동혁 씨(왼쪽)>

 

김동혁 씨는 노숙인들에게 단순히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생각에 법률적인 지식을 발휘해 이들을 돕기로 했다.

 

“노숙인의 3대 조건으로 주거와 일자리, 그리고 의료를 꼽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에 ‘신용’ 하나를 추가했죠. 신용 회복이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동혁 씨는 평소 공부한 법률적인 지식을 총동원해 노숙인들의 파산, 면책 신청, 소송 및 채무조정 등에 필요한 개별상담, 법률교육을 해주고 있으며 증빙서류발급 신청서 및 소장 등을 대신 작성해주고 있다. 1명의 부채를 탕감하는 데 3개월에서 최장 2년이 소요된다.

 

노숙인들의 신용회복을 위해 2008년부터 14년간 총 307건을 신용회복위원회에 접수했고 이 중 개인회생 13건, 파산면책 126건, 개인워크아웃 37건, 건강보험 결손 106건 등이 해결되어 총 179억 원을 감면받는 성과가 있었다.

 

사회적으로 경제 위기가 닥치면 사람들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일이 적지 않은데, 이 경우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신용 문제다. 신용사회에서 신용이 없으면 일자리를 얻을 수 없고 사업도 할 수 없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김동혁 씨는 실제로 이곳을 찾는 사람 중에는 명문대를 졸업한 박사도 있었고 은행의 지점장 출신도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라고 해도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것은 한 순간이다.

 

노숙인들은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다보니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될 경우 기초생활 보장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취업을 해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김동혁 씨는 노숙인들이 직장에서 근로조건, 급여 등의 불합리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상담을 통해 모니터링하고 있다.

 

해체 위기에 처한 가정 보호

 

신용 관련 문제가 무서운 이유는 온 가족을 해체해버리기 때문이다. 집안에 문제가 생기면 아빠는 아빠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들은 아동 시설로 제각각 찢어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것이 금전적인 손실보다 더 큰 문제이기도 하다. 대한성공회살림터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가족단위 노숙인 생활시설로 김동혁 씨는 이곳에서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면서 해체 위기에 처한 많은 가정을 보호하고 지켜오고 있다.

 

이 외에도 서울노숙인시설협회 교육위원으로 신용회복, 보수교육, 인권교육 등을 통해 노숙인들의 사회복귀와 자립을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 대학원에서 노숙인 문제에 대해서 석사 논문을 쓰고 있다.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관련 내용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해서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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