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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2
  • 부문 : 복지실천상
  • 소속(직위) : 독립문평화의집 사무국장
  • 수상자(단체) : 강경규

도시지역 저소득 주민의 자립에 힘쓰다

 

강경규(60) 씨는 충북 보은의 속리산 자락 아래 작은 마을 농부의 다섯 째 아들로 태어났다. 가난한 집안 형편에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했던 강경규 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양복점에 들어가 양복 기술을 배웠고 그 기술 하나 믿고 서울로 상경해 봉제공장에 취직했다. 평범한 봉제공장 미싱사였던 강경규 씨가 소외된 이웃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천주교 신자가 되면서부터다.

 

철거지역 주민들의 자립을 고민하다

 

            <폐지 수집을 통해 저소득 노인들의 소득증대를 돕고 있는 강경규 씨(오른쪽)>

 

강경규 씨는 천주교 청년연합회 지역 선교부장을 맡으면서 철거 지역의 세입자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들을 돕기 위한 일에 전념했다.

 

1980년대 중반,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서울 시내 전역에서 대대적인 재개발이 벌어지면서 세입자들이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당시만 해도 재개발 공지가 나면세입자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철거가 진행됐고 세입자들은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아무 대책 없이 쫓겨났다.

 

강경규 씨는 철거 지역의 주민들을 지원하는 천주교 도시빈민사목협의회에 입회해 정릉, 미아, 삼양동 철거지역 저소득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이들의 자립을 도울 방법을 고민했다. 봉제기술을 익혔던 강경규 씨는 주민들과 함께 봉제 일감을 공동으로 수주하는 ‘한걸음 일자리방’을 만들어 봉제공장과 저소득 주민들을 연결시켜 주었고, 봉제기술 강좌를 통해 일자리가 필요한 주민에게 기술을 전수했다.

 

비닐하우스와 쪽방촌 복지증진에 앞장서다

 

                             <지역주민들과 함께한 나들이에서(오른쪽 첫 번째)>

 

1990년대 들어 그동안의 지원 활동을 잠시 멈추고 봉제공장을 운영하며 개인의 삶에 집중했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 도심의 비닐하우스 촌 문제가 대두되자 이들의 주거권 확보를 위해 다시 돌아왔다. 

 

“당시만 해도 강남, 서초, 송파에만 비닐하우스 촌이 40여 곳이나 있었어요. 재개발로 쫓겨나거나 무작정 상경한 사람들이 아무 빈 땅에 터를 잡고 비닐하우스를 짓고 살기 시작한 거죠.”

 

주소지가 없어서 아무 곳이나 주소를 올려놓다보니 미취학 아이들의 경우 사는 곳과 다른 지역으로 학교 배정을 받게 되는 일이 생겼다. 생활에 필요한 전기와 수도도 들어오지 않아 인근에서 몰래 끌어다 여러 세대가 사용하다보니 비닐하우스가 전소되는 화재사고도 빈번했다.

 

“거주를 목적으로 3개월 이상 거주하게 되면 주소지를 주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행정소송과 함께 시민사회 단체들과 협력해서 주소 찾기 운동을 전개했죠.”

 

서초구, 강남구에서 잇달아 승소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들 비닐하우스 거주자들에게 주소를 부여해주기 시작했다. 주소가 생기니 전기가 들어오고, 수도도 들어왔다.

 

강경규 씨는 지원활동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에 2002년 천주교 빈민사목위원회에 합류했다. 빈민사목위원회에서는 주민들의 주거 안정과 복지서비스 지원을 위해 강남, 서초, 송파 지역에 ‘평화의집’을 설립했다. 강경규 씨는 설립 과정부터 실무자로 참여해 2010년에는 세 곳을 통합한 새빛평화의집 사무국장을 맡았다.

 

비닐하우스와 쪽방촌을 가가호호 방문하여 복지 상담을 하고 노인을 위한 반찬배달, 청소년 공부방 운영, 주민 자립을 위한 도배기술 교육 등을 제공하며 저소득 주민들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고자 앞장섰다.

 

2014년부터는 종로구 무악동 선교본당의 부설기관인 독립문평화의집 사무국장을 맡으며 행촌동과 무악동 저소득 주민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동체의 힘으로 가난을 극복하다

 

“예전에는 재개발 지역에 단체로 모여 있다 보니 눈에 잘 띄었지만 요즘 빈민들은 개별적으로 지하나 옥탑방 등으로 흩어져 있으니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눈에 안 보이니 없다고 착각하는 거죠.”

 

강경규 씨는 뉴스를 보다 폐지수집 노인이 인근 고물상에 폐지를 팔러 가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소식을 접했다. 동네의 폐지수집 노인들을 보며 남의 일 같지 않았고, 이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 차량을 한 대 구입해 노인들의 폐지를 실어서 고물상에 대신 팔아주는 일을 시작했다.

 

“폐지를 쌓아놓으면 화재의 위험도 있고,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 때문에 지역 주민들 간 갈등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차량을 이용해서 더 큰 고물상에 폐지를 팔다보니 돈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됐고 사고 위험도 줄일 수 있게 됐죠.”

 

폐지를 파는 시간은 줄고 돈은 더 많이 받다보니 노인들의 삶에도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겼다. 강경규 씨는 매월 한 번씩 노인들이 참여하는 회의 시간을 가지면서 의견도 듣고 점심식사도 함께 하고 있다. 앞으로 폐지 수집 노인들을 지원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어 전국 단위의 고물상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는 말이 있지만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공동체가 힘을 모은다면 얼마든지 극복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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