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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2
  • 부문 : 사회봉사상
  • 소속(직위) : 이희윤 대표 수녀
  • 수상자(단체) : 착한목자수녀회

한 사람은 온 세상보다 소중하다

 

착한목자수녀회는 1835년 마리 유프라시아 수녀가 프랑스에 설립한 후 전 세계 70개국에서 소외된 여성들을 위해 봉사하는 국제수녀회다. 우리나라에는 1966년 미국인 수녀 2명이 전북 군산시에 가난한 소녀들을 위해 직업학교와 기숙사를 설립하면서 활동을 시작했으며 ‘한 사람은 온 세상보다 더 소중하다’는 설립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여성들의 안식처가 되어 왔다.

 

1970년대 급격한 산업화로 노동자들이 서울로 몰려들고 젊은 근로 여성들이 증가하자 착한목자수녀회는 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서울시 성수동에 수녀원과 ‘마리아자매원’을 설립해 근로 여성과 사회적 편견으로 갈 곳 없는 미혼모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미혼모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1979년에는 강원도 춘천시에 ‘마리아의집’을 추가로 개소해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곤경에 처한 미혼모에게 상담과 교육, 무료 분만 등을 지원하며 안전한 출산을 도왔다.

 

미혼모를 돌보는 과정 속에서 이들이 아이를 낳은 후 지낼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수녀회는 미혼모들이 자녀와 함께 머물 수 있는 모자보호시설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관련 시설을 갖추기 시작했다.

 

2003년 미혼모들이 아이를 안전하게 양육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공동생활가정을 설립했으며, ‘강원도 내 미혼모·부 초기지원 거점기관’ 역할을 수행하며 미혼모의 출산과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소외된 여성들을 향한 외길

 

       <미혼모 시설의 아기를 돌보는 최영란 프란치스카 수녀, 김영선 폴린 수녀(왼쪽부터)>

 

착한목자수녀회의 손길은 미혼모 지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가출 여성청소년, 성폭력 피해여성, 가정폭력 피해여성, 폭력 피해 결혼 이주여성 등을 향해 지속적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해오고 있다.

 

1990년대에 들어설 무렵 가출 청소년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가정 폭력으로 집을 나온 소녀들은 성매매 환경에 쉽게 노출되었고, 수녀회는 이들을 위해 1996년 서울에 가출 여성청소년 쉼터를 개소했다.

 

하지만 청소년 시설의 경우 만 19세가 되면 퇴소를 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아무런 대책 없이 시설을 떠나야하는 소녀들이 많았다. 이들은 또다시 성폭력 등에 노출되어 시설로 돌아오는 악순환을 거듭했다.

 

착한목자수녀회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자립시설을 만들고 청소년들이 학업을 이어가거나 취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현재 가출 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시설은 성폭력, 성매매 피해를 입은 일반 여성들을 대상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이외에도 2004년부터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위한 시설을 설립하고, 2019년에는 성매매 피해 여성 보호시설을 개소하는 등 사회적으로 소외된 여성들을 돌보기 위한 외길을 걸어오고 있다.

 

전화 한 통으로 구한 생명

 

            <‘여성긴급전화 1366’에서 전화 상담 중인 수녀>

 

착한목자수녀회는 더 많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을 돕기 위해 여성상담 전화를 운영하고 있다. ‘여성 긴급전화 1366’은 전국 16개 시·도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착한목자수녀회는 강원과 제주 두 곳의 상담 전화를 담당하고 있다.

 

비록 전화 한 통이지만 삶과 죽음의 문턱을 오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소중한 생명을 구한 일들도 많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전화를 받고 긴급 출동해 끈질긴 설득 끝에 상담자의 마음을 바꾼 경우도 있었다.

 

수녀들은 오래 전 한 밤 중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혼자서 아기를 낳고 있는데 좀 도와주세요.”

 

“저희가 도와 드릴 테니, 전화를 끊지 말고 어디에 있는지만 알려주세요.”

 

“지금 여관에 혼자 있어요.”

 

전화를 받고 달려가 보니 어린 소녀가 여관방에서 혼자 아이를 낳고 있었다. 급하게 달려가 병원으로 후송시키고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마리아의집’에서 돌봄을 받도록 했다. 수녀들은 여관방에서 홀로 두려움에 떨며 아이를 낳았을 소녀를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한통의 전화라도 없었다면 소녀와 아이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르는 일이다.

 

더 많은 여성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착한목자수녀회는 이주 여성을 위한 복지사업도 활발하게 펼쳐오고 있다. E-6(예술흥행) 비자를 가지고 입국한 외국 여성들이 성매매 업소로 연결되는 일이 확산되자 2001년에는 외국인 성매매 피해 여성 쉼터를 개소했다.

 

이후 가정폭력 피해를 입은 동남아 지역의 결혼이주여성까지 입소 대상자를 확대했으며, 2021년에는 외국인 및 결혼이주여성들이 겪는 폭력피해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상담 지원을 위해 ‘강원이주여성상담소’를 열고 이주여성들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외에도 미국의 청소년 성교육 프로그램인 ‘틴스타’를 한국에 도입했으며, 낙태를 경험한 여성의 화해와 회복을 위한 ‘낙태 후 화해 피정’ 등을 운영하고 있다.

 

착한목자수녀회는 2018년부터 소외된 여성들을 위한 활동 외에도 열악한 농촌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사회 정착을 돕는 방문 활동인 ‘그린도어’를 수행하고 있다. ‘그린도어’라는 이름은 수녀회가 처음 시작된 프랑스 앙제지역 본부의 초록색 문에서 따온 것이다. 사명을 위해 초록색 문을 나서는 마음으로 어려운 이들을 직접 찾아 나서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린도어 활동은 2017년 경기도 이천의 농촌지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만난 후 시작되었다. 주거문제, 의료문제, 노동착취 등 많은 문제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건강문제였다. 이주노동자들은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었다.

 

수녀회에서는 주 1~2회 이들을 방문하여 일상적인 상담과 함께 병원에 동행하거나 일상에서 겪는 고민들을 나누며 도움을 주는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마리아의집’을 사랑하는 사람들

 

매년 5월이면 ‘마리아의집’에서 퇴소하여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 찾아온다. 일명 ‘마리아의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날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3년간 모임을 갖지 못했으나 2022년 10월 초 3년 만에 만남을 가졌다.

 

‘마리아의집’에서 돌봄을 받던 어린 소녀들이 장성해서 중년이 되고 자녀들과 함께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수녀들은 그저 대견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자녀와 함께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엄마들을 보면 마음이 놓이다가도, 아이들이 자라면서 아빠의 부재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미혼모에 대한 지원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와 더불어 미혼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조금 더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 수녀들

 

                                                   <착한목자수녀회 수녀들>

 

우리 사회에 소외된 여성들이 여전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수녀들의 평균 연령이 점점 높아지고 새로 입회하는 수녀들의 숫자는 줄고 있어 수녀들의 걱정도 함께 커져만 가고 있다.

 

“평신도들도 착한 목자의 사명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협력자로서 함께 일하고 있어요. 우리 수녀들이 나이가 들고 착한목자수녀회가 사라진다 해도 소외된 여성들을 위한 이 사명은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이희윤 대표 수녀는 성경의 길 잃은 양 한 마리의 이야기를 강조한다.

 

“99마리의 양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나머지 한 마리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수녀들은 포기라는 법을 모릅니다. 단 한 명이라도 구원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뛰어들어야지요.”

 

‘한 사람은 온 세상보다 소중하다’는 착한목자수녀회의 설립 정신이 수녀회가 반 백년간 걸어온 묵직한 발걸음을 따라 고스란히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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