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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4
  • 부문 : 효행ㆍ가족상
  • 소속(직위) : 경기 이천
  • 수상자(단체) : 최현숙

가장 먼저 생각나는 가족



“언니는 꽃이었어요. 예쁘고 재능이 많아 주변의 부러움을 샀거든요. 어머 니는 나무 같은 분이셨어요. 곧고 단단한 성품이지만, 가족을 따뜻하게 품을 줄도 아셨죠.”


가족의 옛 모습을 떠올리며 최현숙(65) 씨는 맑게 웃었다. 언니는 교통사고로 지적장애가 생겼고 어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지만, 여전히 그에게 가족은 꽃과 나무다. 그리고 그는 가족이라는 정원을 매일 정성껏 돌보고 있다.

 

 

교통사고가 앗아간 평범한 일상


경북 상주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던 최현숙 씨는 초등학교 6학년 무렵 큰 사고를 겪었다. 하굣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언니가 최현숙 씨를 보호하기 위해 끌어안은 채 차에 치여 뇌 손상을 입었고 최현숙 씨도 눈을 다쳤다. 오랜 치료 끝에 언니는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고, 그 사이 집안 상황은 크게 나빠졌다. 연이은 불행은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뒤흔들었지만 자신을 끌어안았던 언니를 떠올리며 최현숙 씨는 마음을 다잡았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제일 먼저 언니에게 달려갔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아버지가 공무원을 그만두고 과수원 농사를 짓게 되면서부터는 언니를 돌보며 농사일을 도왔다. 이십 대 후반 대학 공부를 위해 대구로 나와서도, 상경해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면서도 최현숙 씨는 언니와 함께했다.

 

<최현숙 씨(왼쪽)가 돌보는 치매 어머니와 지적장애 언니>

 

 

가족, 이웃, 사회를 위해 일하는 만능 재주꾼

 

2000년 아버지가 급성 폐렴으로 별세한 후 최현숙 씨는 어머니를 위해 경기도 이천에 농가주택을 마련했다. 다행히 어머니는 시골 생활에 금방 적응했고, 최현숙 씨는 낮 동안 올케가 운영하는 어린이 집에서 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귀촌 후에도 크고 작은 시련은 계속됐 다. 어머니가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 다. 8년 전에는 언니가 유방암 수술을 받았고, 류마티스 관절염 증세가 악화되어 통원 치료도 계속해야 했다. 지금도 최현숙 씨는 밤낮으로 함께 스트레칭을 하며 언니의 재활을 돕고 있다.


외출하기 힘든 어머니와 언니를 위해 최현숙 씨는 매일 외곽으로 차를 몰고 나간다. 어머니가 차 타고 나가는 것을 좋아해 많게는 하루 일곱 번 운전대를 잡은 적도 있다. 고단할 법도 하지만 최현숙 씨는 뒷좌석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밝은 목소리에 힘을 얻는다.

 

또 재능 기부도 한다. 이천시 행복 한작은도서관에서 잔치가 열리면 최현숙 씨는 구연동화와 오카리나 공연을 선보이고, 어르신들과 실버 체조, 댄스를 함께 한다. 한국인성교육협회와 연계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인성교 육도 한다. 텃밭에 심고 가꾼 고추, 땅콩, 완두콩 등의 농작물은 마을 이웃, 교회 사람들과 나눈다. 최현숙 씨는 “이제 예초기도 직접 돌릴 줄 압니다.농사꾼이 다 됐습니다.”라며 웃는다.

 

<경기도 이천에 귀촌해 생활하고 있는 최현숙 씨(왼쪽)와 가족>

 

 

가족이라는 편안한 울타리

 

농사일과 집안일로 바쁜 와중에도 최현숙 씨는 틈틈이 공부해 어린이집 보육교사 1급, 간호조무사, 요양보호 사, 베이비시터 자격증을 땄다. 어머니와 언니를 잘 돌봐 그들이 건강을 회복하면, 훗날 함께 세계 여행을 하는 것이 최현숙 씨의 꿈이다.


“오래전 어머니가 잠시 병원에 계실 때 유럽 여행을 간 적 있어요. 이탈리아 대성당 앞에 서니 감동이 일더군 요. 그리고 우리 가족이 생각났어요. 함께 성지순례를 가보고 싶다는 바람도 생기고요.”


좋은 것을 보면 먼저 생각나고, 함께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존재, 그것이 가족이다. 최현숙 씨도 마찬가지 다. 해외여행까지는 같이 못가더라도, 그는 가족이 건강하길 바라는 꿈만큼은 이루어지길 기도한다.


“언니가 다쳐 몇 년간 병원에 있었을 때 빼고는 살면서 둘이 떨어져 있던 적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인지 언니가 곁에 없으면 허전해요. 삶의 동반자 같아요. 조금 부족해도 허물이 되지 않는 사이고요. 또 어머니께서 온전한 정신으로 ‘얘야, 네가 고생이 많다’ 하고 저를 어루만져 주실 때가 있어요. 그 손이 얼마나 따뜻한지 몰라요.여전히 어머니는 제게 가장 든든한 울타리예요.”

 

가족을 돌보는 동안 농사꾼의 손과 운전자의 발, 봉사자의 몸을 갖게 된 최현숙 씨는 오늘도 가족 앞에 꽃길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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