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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4
  • 부문 : 자원봉사상
  • 소속(직위) : 서울영등포경찰서 대림지구대 경감
  • 수상자(단체) : 이성우

거리의 노숙인, 우리의 이웃입니다

 

“가족이 별거 있나요. 같이 자고, 같이 밥 먹고, 종종 안부 챙기면 가족이죠. 노숙인들과도 그렇게 가족이 됐습니다.”

 

32년째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서울시 영등포경찰서 대림지구대 이성우(56) 경감은 노숙인을 법이 아닌 관심으로 돌봐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 식사를 챙기고, 잠잘 곳을 마련하고, 일거리를 주선하며 노숙인을 천천히 세상 밖으로 이끌었다.

 

 

노숙인의 마음을 열다


“2016년 노량진지구대에 근무할 당시 노량진역에 상주하는 노숙인들 때문에 주취자 신고가 많이 들어왔는데요.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시적 조치나 경범죄 처벌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쉬는날 경찰신분이 나타나지 않게 사복을 입고 ‘형님들, 제가 밥 한 끼 대접해도 될까요?’라며 다가갔습니다.”


이성우 씨는 얼굴을 익히며 3개월 동안 쉬는 날마다 빵과 음료수를 사서 찾아갔다. 왜 노숙인이 되었는지 캐묻지 않고, 술을 그만 마시라는 잔소리도 거뒀다. 그러던 어느 날 주취자 신고가 들어와서 경찰 복장으로 출동 하자 노숙인 모두가 깜짝 놀랐지만 이미 형, 동생이 된 후였다. 이왕 정체가 드러난 김에 이 경감은 노숙인이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하려면 일단 등록된 주소지가 필요하더라고요. 누가 쉽게 노숙인에게 집을 내주겠어요. 겨우 허름한 고시원 한 곳에서 경찰인 제가 함께 사는 조건으로 받아줬습니다. 그렇게 4개월을 함께 먹고 자며 살았어 요. 이후 오래된 반지하 빌라로 옮겨 6개월을 또 같이 살았 고요. 월세와 생활비는 사비로 충당했죠.”


함께 사는 동안에도 술 마시고 싸우는 소란은 여전했다. 이성우 씨는 그때마다 그들을 도왔다. 병원비와 밀린 벌금을 대신 내주고, 법원에 가서 변론하고, 영치금을 넣어줬 다. 대가 없이 꾸준하게 이어지는 관심과 애정에 결국 노숙 인들도 마음을 열고 변화하기 시작했다.

 

<노숙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성우 씨(오른쪽)>

 


밥 한끼, 따뜻한 말 한마디의 힘


“자살만 생각하던 알코올 중독자가 술과 담배를 끊고 공공근로와 자활근로에 나섰어요. 운전면허를 취득해 택배기 사로 일하고, 물류센터로 출근하는 이들도 생겨났습니다. 자립의 길을 걸어가는 거죠.”

 

<이성우 씨(오른쪽 첫 번째)가 자립에 성공한 지역사회 이웃들을 만나고 있다>

 

안정적인 집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이성우 씨는 별도의 주거지를 마련해 TV, 냉장고, 세탁기 등 살림살이를 채우고 꾸준히 노숙인을 돌봤다. 그곳을 거친 노숙인만 80명이 훌쩍 넘는다. 2021년에는 사회복지제도 내에서 노숙인을 더 체계적으로 돕기 위해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주민등록말소 해제, 압류방지통장 개설, 병원 진단서 등의 서류를 발급받아 기초생활 수급자, 자활근로, 공공임대주택 입주 등을 신청할 수 있도록 일사천리로 도와주니 지역 주민센터에서도 그를 반기게 되었다. 그는 지금도 노숙인들이 잘 모이는 역 근처와 공원을 더 세심하게 순찰한다.


 

관심이 곧 사랑, 소외된 이웃을 가족처럼

 

사실 그의 형편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갚아야 할 대출도 있지만 항상 월급의 1/3 이상을 노숙인을 위해 사용 한다. 금전적으로 어려울 때는 헌혈 후 받은 햄버거 쿠폰으로 노숙인의 식사를 마련하기도 했다. 다행히 가족 들이 든든한 지원군으로 함께했다. 사회복지사인 부인은 교회를 방문하는 노숙인에게 식사를 지원하고 주거 지를 마련하는 일을 돕고, 딸도 사회복지학 공부를 하고 있다.


경찰이 되어 한순간도 잊지 않은 게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 범죄의 예방’이라는 경찰헌장 문구이 다. 노숙인에게 거침없이 다가선 것도 우발범죄를 사전에 막기 위한 경찰의 사명이 담겨 있다. 여기에 이웃을 가족처럼 돌보자는 따뜻한 마음이 더해져 그동안 많은 변화를 이끌었다.


“관심과 믿음이 지닌 힘이 크다고 생각해요. 말없이 대접한 밥 한 끼가 그들을 서서히 변화시켰으니까요. 제활동을 보고 함께 힘을 보태는 주변 분들도 많이 생겨났고요. 앞으로도 소외된 분들을 관심과 사랑으로 돕고 싶습니다.”
노숙인들의 자립을 돕고, 편견을 완화하며 시민들의 안전까지 지키는 이성우 씨의 진심이 우리 사회에 온기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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