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4
- 부문 : 자원봉사상
- 소속(직위) :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충남협의회 부회장
- 수상자(단체) : 윤종순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봉사
윤종순(67) 씨는 충청남도 논산 구석구석 모르는 곳이 없다. 20대부터 지금 까지 지역 곳곳의 소외된 이웃을 찾아다녔고, 재난이 발생하면 어디든 발 벗고 나선 덕분이다.
“홍수나 태풍, 산불이 발생하면 모두가 혼란스럽거든요. 절망적인 현장에서좀 더 빠르게, 좀 더 체계적으로 움직여 극복에 힘이 되도록 신경 쓰고 있어요.”
1978년 군무원 남편을 따라 논산에 정착한 후 꾸준히 봉사활동을 펼쳐온 윤종순 씨는 기록된 봉사 시간만 2만 6천 시간이 넘는다. 그사이 낯가리던 새댁은 봉사단을 지휘하는 ‘논산의 해결사’로 통하게 되었다.
<재난현장에서 봉사하는 윤종순 씨>
망설임 없이 달려가는 재난 현장
“결혼 후 연고도 없이 정착한 논산이 낯설기만 했어요. 무료함을 이기고자 시작한 봉사활동이 벌써 46년이네요. 봉사가 그런 힘이 있더라고요. 돌아보면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이웃 노인의 권유로 적십자 부녀봉사회에 들어간 윤종순 씨는 국군논산병원에서 기구 소독과 환자복 세탁 등에 손을 보탰다. 이후 장병 상담, 생일 축하, 도서 대여를 담당하며 그 역시 봉사를 통해 활기를 찾아갔다. 병원의 현대화로 국군논산병원 자원봉사는 1986년 마무리했지만, 윤종순 씨는 대한적십자사봉사회 논산지구 협의회로 자리를 옮겨 더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1987년 1천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논산 폭우 현장 지원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4살, 8살 아이를 부산 형님네에 맞기고 수해 현장으로 나섰어요. 세탁차량, 피부병 진료소, 음수차량 등이 총출동 했고, 이들과 한 달 동안 다녔죠. 이재민 임시거주 시설과 진료소 설치 등을 돕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또 태풍 매미, 태안 기름유출사고, 논산 홍수 등 갑작스러운 재난 현장에는 언제나 달려갔다. 피해자 및 구호 인력 식사 지원부터 쉼터 제공, 피해자 안정및 심리 상담까지 윤종순 씨가 나서면 바로 구호활동의 체계가 잡힌다. 이제는 지자체와 소방서 등에서 그녀에게 먼저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재난 현장의 해결사로 통한다.
<캄보디아의 오지마을 아이들과 함께한 윤종순 씨>
심리 상담, 마음을 보듬는 힘
경로잔치부터 농촌 일손 돕기, 다문화가정 지원 등 지역사회에 밀착한 봉사활동을 해온 윤종순 씨는 마음을 살피는 일에도 열정 적이다. 가정폭력에 노출된 여성, 범죄·재난 피해자, 취약계층, 치매노인 등을 대상으로 불안하고 위축된 마음을 다독이는 상담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대전지방검 찰청 논산지청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전문 상담 봉사위원으로 여성 피해자 대상의 심리 상담과 미술 치료를 진행한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학과 상담심리학, 응급처치, 미술치료, 푸드 테라피 등을 꾸준히 배워왔다.
“범죄 피해 여성이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재난 심리 상담도 예기치 못한 재난에 삶의 의지를 상실한 피해자가 건강하게 회복하도록 돕는 역할이고요.”
또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라오스와 캄보디아 오지마을의 학교를 수리하고 학용품을 지원하는 활동에 함께했다. 특히 자동차 휠을 두드려 수업 시간을 알리는 모습이 계속 마음에 걸려 전국을 수소문해 학교 종을 구해주기도 했다.
“그 묵직한 종을 들고 캄보디아 학교를 다시 찾아갔어요. 아이들이 좋아하고 신기해했죠. 유난히 반짝이던 눈망울들이 잊히지 않아 꼭 다시 찾고 싶은 곳입니다.”
순간에 최선을 다하다
“봉사도 집안 내력 같아요. 어릴 적 친정집에 노인부터 엿장수, 방물장수가 찾아오면 부모님은 끼니를 대접 했거든요. 부모님께서는 주변을 잘 살피라고 늘 말씀하셨고요. 지금은 시청에 근무하는 딸 그리고 손녀까지 3 대가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답니다.”
어떤 일이든 40년 넘게 하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윤종순 씨는 여전히 현장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봉사에 임한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게 비결이에요. 내가 다 해결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힘들어져요. 밥을 지으러 갔으면 밥만 맛있게 짓고, 이불을 빨러 갔으면 이불만 빨면 됩니다. 그날 주어진 봉사에만 최선을 다하는 거죠. 너무 깊숙하게 들어가는 욕심을 경계해야 해요.”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봉사, 거창한 사명이 아니라 소박한 진심에서 출발한 윤종순 씨의 봉사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