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4
- 부문 : 자원봉사상
- 소속(직위) : 금천소방서 현장대응단 지휘팀장
- 수상자(단체) : 김정환
아이들의 든든한 소방관 아저씨
“여름 내내 자란 보육원의 나무들을 가지치기하는 중이에요. 해마다 하는 일이거든요.” 김정환(58) 씨는 자원봉사자임에도 보육원 아이들의 ‘큰아빠’로 통한다. 서울 금천구 혜명보육원과 인연을 맺은 지 32년째다. 그리고 한동네에 사는 든든한 ‘소방관 큰아빠’는 아이들의 최고의 자랑이다.
<소방안전교육을 진행하는 김정환 씨(가운데)>
금연으로 시작한 나눔, 긴 인연으로 이어지다
“남자들 사이에서 근무해서인지 자원봉사가 좀 낯간지럽더라고요. 그래서 남들 모르게 과일을 몰래 두고 오곤 했는데 결국 보육원 관계자와 얼굴을 익히게 됐죠. ‘힘쓰는 일이 많은데 남자 손이 부족하니 도와달라’는 부탁에 쉬는 날 찾아가고, 외부인 시각으로 보육원 운영을 봐달라고 해서 운영 위원까지 하게 됐습니다.”
시간이 흘러 인연이 깊어지면서 물품 후원은 물론 소방안전교육, 행사 지원, 행정 업무, 조경 작업까지 전천 후로 활약하는 자원봉사자로 발전했다. 얼굴만 보면 자꾸 우는 아이들을 위해 마술을 배우고, 보육원의 가장큰 행사인 여름 캠프에는 휴가를 내서라도 따라나섰다.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소방관 아저씨, 아기 때부터 함께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를 ‘큰아빠’라 부르기 시작했다.
든든한 소방관, 자랑스러운 큰아빠로
김정환 씨는 보육원 아이들 모두의 자랑이다. 직업 체험을 위해 소방서에 방문할 때면 아이들의 어깨는 한껏 으쓱 해진다. 코로나19로 아이들이 가장 기대하는 여름 캠프를 진행할 수 없게 되자 그는 특별한 아이디어를 냈다. 보육원 내에서 의무 소방 훈련을 진행하고, 훈련에 사용한 물을 활용해 물놀이장을 만든 것이다. 이 색다른 경험은 두고 두고 아이들이 추억으로 꺼낼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올해 여름 캠프는 2박 3일 지리산 둘레길 완주로 진행됐다. 유독 더운 날에 아이들이 힘들어하자 ‘완주하면 큰아빠와 외식하기’를 포상으로 걸었다. 이 전략은 아이들에게 큰 힘을 북돋아줬다.
“저도 아이들에게 힘을 얻거든요. 직업상 참혹한 현장을 마주할 일이 많고, 동료의 죽음을 볼 때도 있어요. 외상 후 스트레스로 상담 치료를 받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이들과 부대끼다 보면 체력은 완전히 고갈되는데 마음은 참 편해져요.”
최근에는 김정환 씨가 아이디어를 내서 보육원 이름도 ‘혜명메이빌’로 이름까지 바꿨다. 일상에서 자주 사용 하는 주소에 ‘보육원’이 붙으면 외부에서 편견을 가지기 쉽기 때문이다. 과일 기부로 나눔을 시작한 그는 어느새 몸과 마음을 다해 아이들을 보듬고 있다.
<보육원 아이들과 지리산 둘레길에 함께한 김정환 씨(왼쪽 뒷줄 첫 번째)>
가족과 동료에게 미치는 봉사의 힘
김정환 씨는 가족, 친구, 소방서 동료 등 주변에 아이들 후원과 봉사활동을 연결해 주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봄에 보육원에서 바자회를 하면 쿠폰을 사서 동료와 지인들을 초대하는데, 자연스럽게 봉사도 하고 후원도 하더라고요. 소방서 동료들이 먼저 문의하기도 하고요. 보육원에는 후원이 부족한데 관심 하나가 참 고맙습니 다.”
특히 김정환 씨 여동생은 주말 가정체험으로 인연을 맺은 아동을 2020년 입양해 양육하고 있다. 대기업 음료 회사에 다니는 매제 역시 동료들과 함께 봉사와 음료 후원을 꾸준히 하는 듬직한 지원군이다. 김정환 씨의 아들도 어린 시절부터 아빠와 함께 봉사활동을 함께해서인지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후 사회복지사의 길을 걷고 있다.
“퇴직이 얼마 안 남았는데 조경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요. 아이들 학교 보안관으로 근무하고 싶은 꿈도 있고 요. 어떤 모습으로든 자원봉사는 계속 이어가지 않을까요.”
보육원 아이들에게 멋진 소방관이자 든든한 ‘큰아빠’는 앞으로도 자원봉사를 통해 긍정의 에너지를 곳곳에 퍼트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