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4
- 부문 : 복지실천상
- 소속(직위) : 조이빌리지 사무국장
- 수상자(단체) : 정선애
발달장애인의 복지와 기회 확대
조이빌리지 사무국장 정선애(41) 씨는 오늘도 고민이 많다. 발달장애인들 중에는 말로 소통하기 어렵거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 다. 20년 가까운 세월을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하고도 그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정선애 씨(왼쪽)가 바리스타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선택한 길
어린시절부터 장애인 친척 오빠를 만나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던 정선애 씨는 자연스럽게 진로를 장애인 분야로 정했다. 재활복지학과에 진학해 공부하던 그는 발달장애인 주간보호시설 기쁨터가 주최하는 음악 회에서 영상촬영 봉사활동을 하면서 ‘발달장애인의 곁이 내가 있어야 할 곳’ 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1년 후 기쁨터 채용 공고에 망설임 없이 지원해 발달장애인 분야에 첫 발을 내디뎠다.
“처음에는 발달장애인의 행동은 고쳐야 할 것으로만 여기고, 그들의 입장은 헤아리지 못했어요. 많이 미안했 죠. 저도 힘들었지만 이용인들도 많이 답답했을 거예요.”
비록 경험은 부족했지만 열정에는 한계가 없었다.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사회와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폭력 등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을 지원하기 위한 재활 프로그램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나들이 프로그램인 ‘세상만나기’도 그렇게 시작됐다.
“언제나 절실함이 무기였습니다”
정선애 씨는 중증발달장애인 거주시설인 조이빌 리지 개원 과정에도 힘을 보탰다. 조이빌리지는 전문가의 지원이 가능한 1인 1실, 24시간 돌봄 시스 템으로 발달장애인 부모들에게 ‘꿈의 공간’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개원 초반에는 운영이 쉽지 않았다.
3년 반이 넘도록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없어 자금 난에 허덕였고 중증장애인을 돌보는 데 지친 생활 재활교사들은 자주 퇴사했다. 2021년 사무국장으로 부임한 정선애 씨는 지자체 등에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의 당위성에 대해 설득하고, 가능한 모든 공적 지원을 이끌어냈다.
“일상 업무도 늘 과중했지만 재정적인 어려움을 해소하려면 도전할 수밖에 없었어요. 여러 번 도전 하다 보니 노하우도 생겼죠. 언제나 절실함이 무기였습니다.”
다행히 조이빌리지는 2022년 12월부터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 으며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다음 단계로 발달장애인들에게 사회참 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 눈에 들어왔다. 조이빌리지 내에 훈련형 카페를 설치하고 마을협동조 합에서 운영하는 카페와 협약을 맺었으며, 발달장애인에게 적극 적으로 실전 경험의 기회를 제공 하기 위해 노력했다. 조이빌리지 구성원부터 부모까지 모두가 우려했지만 정선애 씨는 발달장애 인들을 믿었다.
“일하는 모습을 직접 보기 전까지 부모님들의 걱정이 크셨어요. 그런데 손님들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커피를 내리고 카페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감동하셨는지 몰라요. 이런 사례가 더 많아져서 발달장애인들도 지역사회 안에서 더 나은 삶을 누려야 해요.”
<행사를 진행하는 정선애 씨(왼쪽)>
'적당한 거리의 믿을 만한 사람'이 내 역할
정선애 씨는 최근 가장 기쁜 일로 정신건강의학과 촉탁의 영입을 꼽는다. 발달장애인들은 대부분 약물을 복용하는데 의사표현이 어려워 부작용을 파악하기조차 힘들다. 이에 정선애 씨는 백방으로 뛰며 정신건강의학과 촉탁의를 찾았다.
“여러 차례 메일을 보내 겨우 수락을 받아냈어요. 촉탁의 영입 이후 부작용이 덜한 약물을 처방하여 당사자의 심리적, 신체적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어 정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가끔 ‘이 친구들이 나를 어떤 존재로 생각할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들에게 바라는 것은 없다. 단지 ‘적당한 거리에 있는 믿을 만한 사람’으로 여겨 주면 그뿐이다. 오늘도 정선애 씨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마음 하나로 더많은 일을 꿈꾸고 계속 도전하고 있다.